김재호(경제생활팀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집단을 이뤄 생활하는 동물의 무리라는 뜻이겠지만, 사실 인간 외에 무리를 이뤄 살아가는 동물은 많다. 벌, 개미, 원숭이 등. 그들과 인간의 차이는 뭘까. 아마 지능 아닐까.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높은 지능을 바탕으로 집단을 발전시키고, 자신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한다. 그러나 그 높은 지능이 인간 관계를 파괴할 수 있고, 그런 일이 인간 사회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고도화된 지능은 때로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인간다운 인간'을 우리에게 보여주지만, 때로는 정 반대의 결과를 내놓는다. 그 잘난 지능지수가 초래하는 이기심과 불신, 배신 등이다.
우리 인간은 매일 수십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거짓말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거짓말 외에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굳어진 언어생활이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고 만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회친구에게 "언제 소주 한 잔 합시다. 연락 할게요" 라고 말한 A씨. 그러나 상당수의 A씨는 갑자기 만난 상대방이 너무 반가워 '인사'했을 뿐 꼭 술자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니다. 하지만 이 때 상대방 B씨도 꼭 A씨가 연락해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순진한 몇 사람 정도는 "소주 한 잔 하자더니 왜 연락을 안하지. 그 사람 참 실없군"이라며 혀를 차기도 할 것이다. 결국 A씨의 말은 애초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거짓말이 될 공산이 큰 것이다.
이런 거짓말은 귀엽게 넘어갈 수 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B 씨처럼 A 씨의 말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상할 일도, 속상할 일도 아니니, A씨의 약속 자체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더라도 '나쁜 놈'이라며 손가락질 할 사람도 아마 없다.
하지만 진짜 약속인 경우는 문제가 된다. 약속을 어기면 진짜 '나쁜 놈'이 된다. 약속을 한 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경우 요즘은 휴대폰으로 사정을 얘기하고 양해를 구할 수 있다. 약속을 어긴 경우지만,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했으니 다행이다.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나쁜 놈이란 소리는 면하는 경우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나쁜 놈이란 소리를 면할 수 없다.
보통 약속은 일 대 일로 한다. 하지만 사회집단을 형성하고 사는 특성상, 일 대 일 약속은 대부분 일 대 다수, 조직 대 조직 등 광범위한 약속이 된다.
예를 들어 C씨가 D씨에게 "주문한 기계를 8월 말까지 꼭 납품하겠다"고 약속하면 D씨는 자기 회사 상사에게 "C측에서 8월 말까지 납품하겠다고 약속했으니, E사에 납품하기로 한 우리 제품을 늦어도 9월말까지 납품하는데 무리가 없겠습니다. E사에 공문을 보내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업무를 진행한다.
하지만 C씨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D씨는 상사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고, 거래처인 E사에도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업무적으로 큰 손실이 초래될 것은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이는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며 발뺌하려 든다. 자신의 불찰을 교묘하게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어가려고 한다. 소위 잔머리를 굴린다. 사람의 지능지수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높은 지능지수를 상대방을 배려하는 쪽으로 더 사용한다면 신용있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배려하는 쪽이라면 신뢰할 수 없는 이기적 인간으로 낙인찍혀 언젠가 추방될 것이다.
/김재호(경제생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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