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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생활형 자전거부터 챙기자 - 김경모

김경모(지방팀장)

최근 몇년 사이 자전거를 바라보는 시각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하나 둘 우리 곁에서 사라졌던, 어쩌면 우리들이 구시대의 유물로 등한시했던 자전거가 이제 새로운 차원에서 다가오며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전거가 새롭게 재조명되는 근저와 배경에는 현대사회의 크나큰 화두인 환경과 건강이라는 두 축이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인력만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는 탄소를 배출할 리가 없어 완전 친환경 교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보기 드문 멋진 발명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자전거는 멋진 레포츠 도구로도 변신해 동호인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졌다.

 

정부도 자전거 정책을 내놓으며 시대적 흐름을 따라잡느라 부산하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까지 전국을 연결하는 2175km 자전거도로 노선을 뼈대로 한 기본계획 수립을 발표했다. 자전거 애호가들이 정부의 이같은 굵직하고 호기있는 사업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멀지 않아 자전거만으로 전국 곳곳을 누빌 수 있는 날이 다가온다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르는 애호가들도 상당히 많으리라.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직접 도로에 서본 경험이 많은 애호가들은 정부의 이번 계획에 마냥 박수를 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자치단체마다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예산만 낭비했다는 푸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좁다란 인도에 선만 그어놓고 자전거 도로를 개설했다고 장부에 적어 놓은 자치단체도 있고, 어떤 자치단체는 곡예사가 아니고선 통과할 수 없는, 시설물과 가로수에 가로막힌 고난이도 자전거 도로를 버젓이 개설하는 사례도 있다. 도로와 도로의 연결부분의 높낮이가 전혀 맞지 않은 곳을 지날 때엔 시공자와 감독자의 무개념에 절로 분통이 터진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형태는 크게 생활형과 레저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출퇴근을 비롯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자전거에 오르는 유형이 생활형일 것이고, 즐거움을 위해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 레저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발표한 전국 순환 자전거도로는 생활형일까, 레저형일까. 사람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전국을 잇는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는 레저형에 훨씬 가까울 것이다. 어쩌다 한번은 모르지만, 전주에서 군산, 더 나아가 대전 사이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 운동은 생활형에서 출발하고, 생활형에 뿌리를 두어야 든든하고 굳건한 기초를 세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시가지와 소재지를 오가며 부닥치는 자전거 도로의 민원부터 해결하는 것이 정책의 순서가 아닐까. 대충대충 흉내만 낸 자전거 도로에 분통이 터지는 자전거 애용자들. 이들이 인도에선 보행인 눈치를 봐야 하고, 차도에선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다면, 호기있는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쏟아낸들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국민 모두가 자전거에 올라 전국 네트워크를 달리는 레포츠인이 될 수는 없다. 치적으로 거론하기 알맞고, 홍보에 적합한 거창한 청사진보다는 일반 국민들의 불편을 꼼꼼히 챙겨주는 작지만 큰 계획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경모(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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