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가 "400m를 뛰기 싫어 100m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100m에도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고 즐겁게 레이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볼트는 내년 8월2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릴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1년 앞두고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세계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수립해 스포츠의 전설이 되는 데 디딤돌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발목과 허리 통증을 일으킨 볼트는 시즌을 일찍 접었고 10월부터 훈련을 재개할 계획이다.
지난 5월 대구국제육상대회에서 시즌 처음으로 100m 레이스에 출전했던 볼트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가 없는 올해 신기록 수립보다는 다치지 않고 1년을 마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고 컨디션에 이상이 생기자 즉각 휴식을 취하고 내년 세계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따내 세계를 놀라게 한 볼트는 지난해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100m와 200m에서 각각 9초58, 19초19라는 세계신기록을 작성하고 3관왕을 재현했다.
100m와 200m 세계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첫 스프린터인 볼트는 내년 대구스타디움 트랙에서 가장 빛날 후보로 첫 손에 꼽힌다.
대구에서 9초86을 찍고 적응을 마친 볼트는 "좋은 경험이었다. 경기장 시설도 좋고 관리를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그 덕분에 좋은 컨디션으로 100m를 달릴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물론 나를 보고자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의 응원도 도움이 됐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아시아에서 팬이 늘고 육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은데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덧붙였다.
대구 세계대회와 런던올림픽에서 목표로 9초4대 진입을 내세운 볼트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만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것보다 스포츠의 전설이 되는 게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 내년 대구에서 좋은 기록을 내면 전설이 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며 신기록에 대한 자신감을 은근히 내비쳤다.
볼트는 "세계기록은 언제, 어느 장소에서든 세울 수 있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딸 기회는 4년마다 돌아온다. 올림픽은 육상 선수에게 전부"라면서도 "세계 육상 톱스타들이 모두 모이는 세계선수권대회도 그에 버금가는 의미가 있다. 자세를 교정하고 체력을 키워 내년을 알차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니어 시절부터 200m에서 두각을 나타낸 볼트는 2007 오사카 세계대회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성인 무대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008년부터 100m를 병행했다.
볼트는 "100m는 스타트가 일정해야 하는 반면 200m는 어려운 테크닉(코너링)을 요구하는 경기라 각 레이스가 주는 재미가 다르다"면서 "오랜 기간 200m를 뛰었기에 개인적으로 이 종목을 더 좋아한다"고 애착을 나타냈다.
이어 "200m를 뛰는 게 자랑스럽고 이를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사실 400m를 뛰기 싫어 100m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100m에서도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매우 즐겁게 경기에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트의 개인 코치인 글렌 밀스는 일찍부터 볼트를 400m에 입문시키려 했으나 볼트는 200m보다 긴 종목에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스타카토 주법'의 마이클 존슨(미국)이 1999년 작성한 세계기록(43초18)을 깨뜨릴 유력 후보로 평가받는 볼트는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400m와 멀리뛰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볼트는 자신만의 훈련법을 살짝 공개했다.
볼트는 "100m 9초4대에 진입하려면 무엇보다 스타트 반응속도를 줄여야 한다. 키가 196㎝인 나 같은 장신이 스타트 속도를 끌어올리는 건 늘 어려운 일이나 많은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은 1주일에 6일씩, 1시간은 근력 운동, 3시간 이상 트랙에서 훈련한다. 기록보다 자세를 바로잡는데 집중한다"고 알려왔다.
볼트는 9초58을 뛸 때 평균 시속 37.58㎞의 속도로 뛴 것으로 계측됐다. 여러 전문가들은 볼트가 스타트 반응 속도를 0.150초대 이하로 끌어내리면 9초43까지 기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100m 기록을 31년 만에 단축한 한국 육상에도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볼트는 "세상에서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집중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훈련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가령 100m를 몇 초안에 주파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그것에 맞게 훈련 시간과 내용, 자세 교정 등에 많은 노력을 퍼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면 선수가 쉽게 슬럼프를 극복하고 실력도 어렵지 않게 끌어올릴 수 있다. 결정적으로 자신이 뛰는 걸 즐겼으면 좋겠다.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 귓가에 들리는 바람 소리라던가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 등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향상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볼트는 일찍부터 발전 가능성을 보고 후원해 온 스포츠용품업체 푸마의 제품을 2002년부터 사용 중인 의리파다.
푸마의 기술력도 뛰어나나 그보다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브랜드이고 자신의 가치관과 일맥상통해 편안함을 느낀다는 게 볼트의 설명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