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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배우…손창민의 과거·현재·미래

한국 연기자 역사에서 배우 손창민(45)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처럼 아역배우에서 시작해 하이틴 스타를 거쳐 성인에 이어 중견 연기자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연기자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배우' 안성기는 아역배우 출신이기는 하지만 하이틴 스타를 거쳤다고 할 수 없고, 이민우는 아직 중견 연기자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문근영, 유승호, 백성현 같은 아역배우 출신의 20대 배우들은 힘들게 성인 연기자의 문턱을 넘고 있다.

 

1965년생인 손창민은 6살 때인 1971년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통해 아역 연기자로 데뷔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83년 '고교생 일기'로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등극했으며 이후 쉼 없이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 26일 종방된 MBC '로드 넘버원'에서 오종기 상사 역을 맡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손창민을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종기는 무자비한 성격과 맹목적인 적대감을 가진 인물로, 소지섭이 연기한 장우의 사랑에 반대하며 극에 긴장을 주는 한편 전쟁의 상처와 광기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시대가 없는 시대극'이라는 비난 속에 손창민이 빚어냈던 오종기는 실제 있었을 법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묵직하고 진한 울림을 줬다.

 

◆ 오종기 하사, 원래는 더 악랄한 캐릭터 = "악역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전쟁에서는 꼭 있을 법한, 있어야 하는 인물이에요."

 

손창민은 '로드 넘버원'의 오종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연애를 방해하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악역이겠지만, 전쟁이 배경인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캐릭터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조금 더 악랄한 느낌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들어요. 사실 원래 대본에서는 오종기의 캐릭터가 더 강한 느낌이었거든요. 멜로 비중이 세지고 전쟁의 참상을 표현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약해진 면이 없지 않죠."

 

'로드 넘버원'은 그에게 작년 상영된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 이후 1년만의 연기 복귀작이다. 사극 '신돈'에서 인연을 맺었던 김진민 PD와의 인연에 '매력있는 악역'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장점이 더해져 대본을 받은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출연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투입된 촬영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오지에서 추위 속에 촬영을 진행해야 했고 배우들은 전투 장면 촬영 중에는 부상의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촬영이 시작된 작년 겨울이 특히 추웠잖아요. 여기에 빡빡한 일정 속에서 촬영이 진행되니 피로가 몰려왔고 결국 어금니에 금이 가고 주위 뼈까지 내려앉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촬영 스케줄 때문에 몇 시간 정도씩 '외출'을 받아서 병원에 가야 했습니다."

 

"장면 장면 모두 소중하지만, 고향 마을에 갔을 때 가족들이 학살당한 것 보고 오열했던 장면이나 다리를 절단한 뒤 생겼던 에피소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는 그는 부진했던 '로드 넘버원'의 시청률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작품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높은 시청률이 좋은 작품을 뜻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저를 포함한 제작진 모두 최선을 다해 만들었으니 예상보다 시청률이 낮지만 작품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 거듭나야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 = 손창민은 우연히 어린 시절 영화촬영장에 구경을 갔다가 출연 권유를 받아 아역 배우를 시작했다.

 

이후 의사나 기자, 변호사 같은 직업을 갖길 원했던 부모님의 바람대로 연기를 중단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교생 일기'로 하루 500~800통의 팬레터와 종이학 3천마리를 받으며 당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군림'했던 그는 성인연기자로 거듭나며 '겨울나그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등을 빅히트시켰고 지금도 주조연을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의 출연 작품을 돌아보며 손창민은 "쉽게 히트작들에 출연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왔다"고 회고했다.

 

"'거듭나지 못하면 끝이다'는 생각을 계속 해 왔고, 그게 아역에서 청소년 연기자로, 다시 성인 연기자로 잘 넘어온 비결이 된 것 같습니다. 인기가 있으면 순간 우쭐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보면 이미지를 바꿀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거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계속 거듭나지 못하면 끝나는 거에요. 계속 연기를 한다고 해도 성인 연기자로의 이미지는 갖지 못하는 거죠."

 

손창민은 '거듭나는' 비결을 묻자 "과감한 변신"이라고 답했다. "대중이 갖는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반감은 그리 길지 않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 때 의대생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중도에 하차해서 잠시 쉬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선택했고, 그 결정이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는 데 큰 도움이 됐거든요. 2005년에 히트했던 '불량주부' 이후에는 한동안 비슷한 종류의 작품만 들어왔는데 다 거절하고 사극 '신돈'을 택했어요. 물론, 이전 작품과 전혀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하면 대중은 반감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가 자신감이 있으면 대중의 반감은 2~3개월이면 사라집니다. 이전 작품들을 잊어버리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가야 거듭날 수 있습니다."

 

◆ 스타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계속 배우로 살 것 = '왕년'의 청춘스타이던 그는 전성기이던 25살 때 입대해 전방에서 군생활을 했다.

 

한창때 군생활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손창민은 "인기는 담배 연기처럼 불어버리면 사라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배우를 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거든요. 그때부터 제가 '스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팬레터가 쇄도하고 당시 유행하던 종이학이 매일같이 소포로 배달됐는데, 사실 저는 그런 관심이 부담스러웠거든요. 배우가 하고 싶은 사람이었으니 군대는 일찌감치 갔다 오는 게 차라리 나았죠."

 

손창민은 "앞으로도 계속 배우로 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다음 나이대를 준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 20대는 30대를 준비하는 과정이었고 30대는 40대를 위한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야 계속 배우로 살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50~60대를 위해 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드 넘버원'을 포함해서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가 모두 제게는 어느 것 하나 버리기 싫은 소중한 작품입니다."

 

"계속 연기를 해나가면서 좋아했던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50~60대는 어떤 모습일까? "작품으로 말할 것"는 대답이 나왔다.

 

"지금 노력하는 모습이 10년이나 20년 후 작품에 드러나겠죠. 운에 따라 흥행이 잘되고 안될 수도 있지만 작품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배우로서 늙어가고 배우로서 죽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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