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와 교과로 정복하는 논술[74]-'무소유'와 '집착' 사이에서 바람직한 삶의 방향
■생각의 폭을 넓히자 - 제시문
(가)"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보이면서 한 말이다. K. 크리팔라니가 엮은 <간디 어록> 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그렇다.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간디>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중략)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승가(僧家)의 유행기(遊行期)]에도 나그네 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을 못했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 때면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조금 열어놓아야 했고, 분(盆)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들여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아갈 듯 홀가분한 해방감.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유정(有情)'을 떠나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난을 통해 무소유(無所有)의 의미 같은 것을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소유욕은 이해와 정비례한다.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맹방들이 오늘에는 맞서게 되는가 하면, 서로 으르렁대던 나라끼리 친선 사절을 교환하는 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소유에 바탕을 둔 이해관계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역사가 소유사에서 무소유사로 그 방향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싸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지 못해 싸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간디는 또 이런 말도 하고 있다.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그가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 한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 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법정, 『무소유』
(나)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중략)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 원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대양[大洋]'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 어떤 것이 출제 됐나
인간의 삶은 사용의 대상에 불과한 물질에 구속될 것이냐, 아니면 존재하면서 만족할 것이냐의 문제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라는 이 질문 하나로, 동서양 철학의 기본적 의문의 핵심에 도달하였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절실하고 심도 깊으면서도 가장 간단한 질문이 있을 수 있는가?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이며 행복하기위해 산다고 누구나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제 삶에 있어서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 소유한 것을 지키고, 소유하기로 기대되는 것을 지켜내기 위해 무리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조차도 아니다. 앞으로 있을 물질을 미리 예비하기 위하여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학업도 대표적으로 그런 것이다. 아무 부담없이 공부 주어진 대로, 혹은 찾아서 하면 될 것을, 학벌이나 명예, 혹은 그 외 학문 이외의 것들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경쟁하고 시험보고 등록금을 낸다. 제도부터 의식까지 갖가지 요소가 잘못 어우러져 보노보 원숭이와 가까웠어야 마땅할 놀기 좋아하고 귀여운 영장류인 인간을 갈갈이 찢어놓아 흉폭한 짐승을 만들고 있다. '소유나 존재냐' 혹은 '무소유냐 집착이냐' 하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과제이며 아주 좋은 논술거리이다.
■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토론거리
▲소유 양식이란 무엇인가?
▲존재 양식이란 무엇인가?
▲소유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무소유는 세계에 대한 포기인가 아니면 적극적인 참여이고 나눔인가
▲무소유의 삶의 방식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불가능하다면 그 한계점은 무엇인가?
▲집착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무소유를 실천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보자.
▲진정한 봉사란 무엇인가?
▲봉사활동에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 어떤 교과와 관련 됐나
- 올바른 인식을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필요한가?(논리)
-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윤리)
- 자본주의는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 의의와 문제점은 무엇인가?(윤리)
- 과학은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으며,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사회)
- 미래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시민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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