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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감정표현 못하는 캐릭터에 애착"

"제가 말랑말랑한 정서를 좋아해요. 로맨틱코미디가 쉬워 보이는 장르지만 잘 만들기 어려운 것 같아요. '광식이 동생 광태'도 그렇고 '시라노-연애조작단'도 정말 장인처럼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죠. '시라노'가 로맨틱 코미디 은퇴작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다른 장르를 해보려고요.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의 정서는 들어갈 겁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스카우트'(2007) 등에서 연애 감정을 섬세하게 그리면서 과장되지 않은 기발한 웃음도 함께 보여준 김현석 감독. 그의 4번째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은 김현석표 로맨틱 코미디의 결정판이라고 할만하다.

 

이 영화는 그가 카투사로 군 복무하던 1994년에 쓴 시나리오 '대행업'에서 출발했다.

 

"20대 초반이었으니 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또 대리운전이 막 나오던 때라 너무 신기했어요. 그래서 대리운전하고 연애를 (연결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는 대종상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됐던 이 시나리오를 잊고 지냈다 2년 전 다시 떠올리고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16년 전 초고를 쓸 때는 일단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알리는 게 목표였다"면서 "90년대 후반에 다른 데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나한테 돌아온 것도 인연"이라고 말했다.

 

사랑을 이뤄주는 에이전시가 있고 에이전시 대표의 옛 애인과 엮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는 설정만 남겨두고 부품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는 다 바꿨다고 한다.

 

그는 "초고를 보니 어설펐지만 20대 초반의 진실함이 있었다"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뒷부분의 멜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제라르 드파르디유가 출연한 프랑스 영화 '시라노'는 연애에 서툰 사람들의 사랑을 이뤄주는 이번 영화속 시라노 에이전시의 이야기와 잘 맞물린다.

 

"'시라노'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요. 그런데 2년 전 배창호 감독님과 얘기하다 16년 전 읽은 제 초고가 '시라노'와 비슷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듣고보니 내가 은연중 영향받았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회사 이름도 대놓고 시라노로 하고 과거에 시라노라는 연극을 한 걸로 설정했더니 아귀가 맞더라고요.

 

김 감독은 '대행업'에서 '시라노 에이전시'로 고쳤던 제목을 다시 '시라노-연애조작단'으로 바꿨지만 관객들이 '시라노'를 잘 몰라서 제목이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로맨틱 코미디를 그만 할 것이라고 했다. "로맨틱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관객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장르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다 보니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게 살짝 쑥스러워졌어요."

 

그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와 맺어진 경우가 없었다. 그는 "그렇다고 새드엔딩도 아니다"면서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장르 안에서 나름대로 저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50만명을 동원한 그의 히트작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이나 이번 영화에서 최다니엘이 맡은 '상용'은 사랑 표현에 서툰 인물이다. 심지어 김주혁이 연기한 광식은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도 못하고 7년간 속만 태운다.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보고 영화감독을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그 영화에서 안성기의 '영민' 캐릭터에는 자기감정을 잘 표현 못 하는 남자 캐릭터의 원형이 있어요. 그런 캐릭터를 제가 좋아해요."

 

실제로 최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현석 감독은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그의 영화 속 남자 주인공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는 하지만 "나도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건 맞다"면서도 "고백은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쓸 때 아이디어는 지칠 때까지 놀다 보면 나온다고 했다. "관객들이 이런 얘기를 좋아할까 하는 기획적 접근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먼저 생각하는 걸로 출발했죠."

 

그는 다음 달에는 미국으로 여행가는 등 연말까지는 놀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은 '경찰대 미술반'이라는 제목을 정했다면서 스릴러 구조를 세웠지만 시나리오를 써봐야 어떤 영화가 될지 알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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