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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부부가 다시 연애를

김광화(농부 '피어라, 남자' 저자)

올해는 비가 자주 와, 콩이든 고추든 그리 좋지가 않다. 게다가 고라니라는 놈이 얼마나 논을 짓밟아 놓는지, 참 어려운 한 해다. 그래도 돌아보면 산사태를 몰고 온 태풍이나 몇 십 년 만의 가뭄에 견주면 나은 편이다. 이제는 죽을 정도 목숨이 아니라면 자연이 주는 피해에 많이 무덤덤해진 편이다. 다음 해에는 또 어찌 되겠지 하는 희망을 갖는다.

 

이렇게 어려울 때 가장 힘이 되는 건 아무래도 가족이다. 그 가운데서도 먼저 부부. 나는 자연의 여러 생명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 부부 관계를 풀어가는 데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 '짝이란 뭘까?' 하는 그 근본부터.

 

자연에는 생명들마다 짝을 짓고, 새끼를 낳고 죽어간다. 짝을 향한 이들의 열망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고 절실한 지……. 옥수수 하나만 보자. 태풍으로 옥수수가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그런데 원래대로는 안 된다. 옥수수는 최대한 줄기를 L모양에 가깝게 휘면서 일어선다. 그 이유는 수술이 맨 위에 있고 그 아래 두세 뼘 정도에 암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만나기 위해 이렇게 온몸으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절로 숙연해진다.

 

사람은 어떨까? 남녀 관계에서 몸이 짝이 되는 건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들 하는 데 한동안 부부 싸움을 할 때면 '왜 아내와 내 마음이 같지가 않을까'로 괴로워한 적이 있었다. 살다보니 몸이 달라야 짝이 되듯이 마음도 그렇다는 걸 나는 최근에 알았다. 똑같아서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르기에 이 두 개가 서로 보완하며 하나가 된다는 걸.

 

쉬운 보기로 자식 교육을 들어보자. 아내는 기초 공부를 중요시한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잘 뛰어놀아 몸이 튼튼하길 바란다. 근데 이게 부부 사이에 결코 싸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초 공부를 하면서 몸도 튼튼하길 바라는 부모 마음이 집약된 모양일 뿐. 아이들 역시 부모 두 마음을 다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부부끼리 다름이 서로 충돌하는 데 있다.

 

그래서 이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마음이 짝인 걸 잘 살려보려 한다. 그러면서 내가 시도한 게 명함부터 새로 만드는 거였다. '농부'니 '작가' 하는 호칭이 싫지는 않지만 나 자신이 원하는 직함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부부 연애 전도사'다. 그렇다. 부부가 연애를 다시 하자는 거다. 아직도 명함만큼 내 자신이 전도를 잘 하고 있지는 못하다. 이 자리를 빌려 조금이나마 더 이야기해보고 싶다.

 

부부 연애란 부부 사이 다름을 설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몸이 다르기에 상대가 끌리듯이 마음이 다름을 설렘으로 잘 살려보자는 거다. 연애할 때는 상대가 무조건 예쁘고, 못마땅한 부분도 좋게 보려고 하지 않았나.

 

부부로 인연을 맺어 몸과 마음을 서로 비비며 살다보니, 상대방을 나쁘게 보자면 그런 '웬수'가 없다. 반대로 좋게 보자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사람이 바로 짝이다.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진다. 사랑할수록 사랑이 더 깊어진다. 내가 갖지 못한 마음을 갖는 아내가 얼마나 재미있고, 신기하고, 고마운가. 남편으로서 아내 마음을 얻는다면 세상을 다 얻는 게 아닐까 싶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리라.

 

부부가 서로 연애를 하면 좋겠다. 굶어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 김광화(농부 '피어라,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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