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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지만 경쾌하게…"깨달음 찾아가는 여정"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임순례 감독

"불교를 소재로 했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로드 무비고 사랑이야기죠."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영화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됐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불교 철학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본성을 찾아가는 선 수행 과정을 소와 주인의 관계에 비유해 그린 십우도(十牛圖)를 배경으로 한 김도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묵직한 내용을 담았지만 영화의 발걸음은 밝고 경쾌하다. 사랑이야기와 성장이야기가 뒤섞이면서 상업영화로서 충분한 재미를 갖췄다.

 

시골에 사는 노총각 선호(김영필)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듣고 홧김에 소를 팔러 나간다. 하지만, 턱없이 싼 값을 부르는 상인들의 황당한 제안에 제값을 받고자 유명한 우시장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옛 여자친구인 현수(공효진)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현수의 남편이자 한때 자신과 절친했던 친구 피터가 죽었다는 것. 선호는 오랜만에 장례식장에서 현수를 만나고, 옛 추억에 잠긴다.

 

"불교적인 내용을 담았지만 너무 어려우면 안 되잖아요. 깨달음의 내용을 담되 한편의 로드무비로, 혹은 러브스토리로 봐도 무방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임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서 사랑이야기는 중요한 축이다. 마치 소가 되새김질하듯 선호와 현수는 지나간 사랑을 되새김질한다.

 

"선호는 오해와 집착 때문에 제대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요. 게다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질 줄도 모릅니다. 반면 현수는 이른바 쿨하죠. 행복함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결혼생활을 책임감있게 잘 해내고, 남편이 죽었을 때도 의연하게 받아들이죠."영화는 임 감독에게 우연히 찾아왔다.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임 감독은 택시 안에서 우연히 책 소개 프로그램을 듣다가 김도연의 소설을 알게 됐고, 영화화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거쳐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지원금 4억원을 포함해 8억원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배우들은 매우 낮은 가격에 출연"했고 원작소설에 도드라진 판타지를 구현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 작업도 거의 하지 못했다.

 

"소설은 관념적이고 판타지도 많은데 어떤 부분을 영화로 끌어올릴까 고민했어요. 판타지부분을 살리려면 CG와 미술작업을 많이 해야 하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영화적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췄죠."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영화에서 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임 감독은 "잃어버린 자아, 놓친 사랑, 마음의 평정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며 "여행을 통해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소 캐스팅이 제일 힘들었죠. 농장에 소가 많지만 실제 촬영에 쓸 만한 소는 별로 없어요. 간신히 한 마리를 구했는데 촬영때 되새김질도 많이 해 힘들었죠. 먹을 걸 안주면 성질 부리고..고생은 했지만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를 더 만들고 싶은 욕심은 나네요."(웃음)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다음 달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한 편을 더 찍는다. 농림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송일곤, 박흥식, 오점균 감독들과 함께 만드는 동물 옴니버스 영화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가제)이다.

 

임순례 감독은 최근 3년 연속 매년 장편 한편씩을 선보이고 있다. 장편 데뷔작 '세친구'(1996)에서 두번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가 나오기까지 5년,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나오기까지 6년이 걸렸던 점에 비춰 보면 매우 발빠른 행보다.

 

그는 "인권위나 영진위 등 공적인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서 영화를 빨리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처럼 대중들이 좋아하는 영화와 작은 규모의 영화를 번갈아 만들고 싶다"며 "소재적으로는 한국근대사를 다룬 역사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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