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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역사 이야기] (18)동성애

침묵·비난·금기에 숨던 '비밀 사랑' 양지로 나오기까지

동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 '쌍화점' 의 한 장면. (desk@jjan.kr)

유교문화가 깊이 스민 우리 사회엔 무척 낯선 동성애.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는 감출 수밖에 없는 귀퉁이 문화였다. 어쩌면 음습한 귀퉁이조차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이 동성애를 고백하는 컴밍아웃을 통해 동성애를 사회적 이슈화했고, 현재 방영중인 국내 인기 드라마가 동성애를 소재로 담으면서 안방까지 동성애 논쟁이 번지고 있다. 다음달 공연되는 여성들의 동성애를 다룬 연극도 논쟁의 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성애는 자연질서에 순응하는 정상이고, 동성애는 천리를 거스르는 비정상일까. '루이 조르주 탱'이 쓴 '사랑의 역사'와 '플로랑스 타마뉴'저서의 '동성애의 역사'를 중심으로 시대별·국가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따라가 본다.

 

▲ 로마 황제 침소에 든 미소년

 

우리나라에선 극도로 터부시했던 영역인 동성애가 서양에선 상대적으로 느슨한 시선을 받았다. 물론 서양에서도 동성애자로 판명되면 극형에 처해진 핍박의 시대도 있었다.

 

서양에서 동성애가 상당히 보편적인 사랑의 한 형태였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만한 역사적 인물들이 동성애자로 분류된다는 데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세계 정복에 나선 알렉산더 대왕, 최고의 철학자로 손꼽히는 소크라테스, 르네상스의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동성애자였다. 또 음악가 슈베르트, 동화작가 안데르센,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앙드레 지드 등도 동성애자로 알려져 있다.

 

인류 역사상 동성애가 가장 성행했던 시대는 로마시대였다. 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는 관리들을 로마 곳곳에 파견, 은밀한 부분이 큰 젊은 남성을 선발했다. 이렇게 뽑힌 대물들은 곱게 단장하고 황제의 침소에 들었다. 2005년 개봉된 '왕의 남자'란 영화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장면이다.

 

로마시대엔 황제뿐만 아니라 귀족들 사이에서도 동성애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당시 귀족들은 파티를 열 때 미소년을 동석시켜, 시중을 들게 했다는 사례가 전해진다.

 

중세 들어서도 동성애는 상당히 관용적인 시선을 받았다. 중세를 유지시킨 전사계급인 기사들은 집단생활을 하면서 열렬한 감정을 공유했다. 이들의 행태는 우정이나 동료애를 넘어선 동성간 사랑으로 해석하는게 맞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봉건사회를 유지한 기둥인 가톨릭도 성적인 욕망을 금기시하면서, 이성애에 동조하지 않았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도 동성애에 토양을 제공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12세기 이후 이성애가 주류

 

이성애가 동성애를 밀치고 전면에 등장한 시기는 12세기였다. 궁정식 사랑이 널리 퍼지면서 동성애는 서서히 사회적 소수자의 길을 걸었고, 17세기엔 이성애가 보편성을 인정 받았다.

 

이성애가 사회의 주류 문화로 자리를 잡으면서,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모멸과 괄시를 받았지만 명맥을 유지하면서 멸종하지 않았다. 정권은 동성애자들을 극도의 탄압으로 대했다. 당시 스위스 취리히시 문서에 따르면 15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400년 동안 동성애로 체포되어 사형된 사람은 무려 179명이었다.

 

이는 사형에 처해진 죄목별 분류에서 개인범죄(747명), 살인죄(193명)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숫자이다. 당시 전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마녀사냥에 의한 희생자가 8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끔찍한 참상이었다. 사형 방법도 잔인했다. 새장이나 우리에 가둬 굶어 죽이거나, 공공장소에서 거세하고 손발을 자랐다. 지진이나 페스트의 원인이라며 동성애자들을 불에 태워 죽이기도 했다.

 

▲ 동성애자는 얼마나 될까

 

다양성과 다원화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큰 줄기로 자리잡았지만, 동성애에 대한 기초통계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LPGA투어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 중 10%는 여성 동성애자다."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티나 김(한국명 김초롱)이 '김초롱의 스윙-LPGA 스타의 골프 성장기'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피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 킨제이 보고서는 전체 인구의 10%가 동성애자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하지만 각각 제시한 숫자가 유사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운동

 

동성애자들이 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을 드러낸 때는 1897년이다. 당시 동성애자들은 '동성애 과학-인도주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간행물을 발행하면서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법률 개정 캠페인을 벌였다. 20세기 들어 유럽과 미국에는 동성애자 단체가 잇따라 결성되었다.

 

이들의 활동은 곳곳에서 가시적 성과로 나타났다. 미국 정신의학협회는 1973년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제외, 이는 치료를 요하는 질환이 아니라 개인적 성향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지방법원은 지난 12일 동성애자 군복무 금지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가 동성애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판결이다.

 

동성의 결혼까지 허용하는 국가들도 상당수이다. 독일·네덜란드·벨기에·스페인·영국·남아공화국·캐나다를 비롯 미국의 메사추세츠가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동성 결혼자는 부부로서 인정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입양할 권리를 갖는다.

 

유럽에서도 동성애는 각 개인의 사생활일 뿐이라는 사고가 폭넓게 자리잡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베를린 시장인 클라우스 보베라이트이다.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시민들은 "동성애는 그의 사생활일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베를린을 위해 애쓰는 시장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서구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 동양권에서는 아직도 동성애는 거리낌 없이 밝힐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닌, 극도로 예민한 주제이다. 지금 한국에서의 동성애는 어쩌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전이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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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kimk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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