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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진정한 지도자는 있는가

안봉호(군산본부장)

때는 1965년. 대대장인 할 무어 중령은 죽음의 계곡인 베트남 전투에 투입될 395명의 신참병사들을 연병장에 모아 놓고 연설한다.

 

"우리는 곧 적진에 들어간다. 귀관들을 무사히 데려오겠다는 약속은 해 줄 수가 없다. 그러나 이것만은 맹세하겠다. 우리가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제일 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며, 그 곳을 떠날 때는 맨 마지막이 될 것이다. 여러분들 중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우리는 죽어서든 살아서든 함께 고향에 돌아온다."

 

할 무어 중령은 병사들과 함께 베트남 계곡에 투입돼 적 정규군 2000여명과 험준한 정글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전투에서 항상 앞장섰고 많은 부하들을 잃으면서 가까스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할 무어 중령은 그의 약속대로 죽었든 살았든 한 명의 부하도 뒤에 남기지 않고 마지막으로 헬기에 오른다.

 

이 이야기는 할 무어 중령과 죠 갤러웨리라는 종군기자가 미국 전쟁사에서 잊혀진 72시간을 논픽션으로 집필했고, 1993년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영화화한 'We were soldiers (우리는 군인이었다)'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할 무어 중령은 자신의 안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온갖 위험속에도 앞장서고 끝까지 자신의 약속을 지킨 '진정한 의미'의 지도자상을 보여주고 있다.

 

민선시대에 접어들어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그같은 지도자를 찾기가 힘들다.

 

장(長)이라는 완장을 차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 약속을 밥먹듯이 어기고 '옳고 그름'의 판단없이 표가 많은 곳만 찾아 다니면서 마치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같이 포장하는 지도자들만 수두룩하다.

 

'국내 기업 및 외국기업과의 투자유치 협약식, 지역민 위안잔치, 건물준공식' 등 생색내는 각종 행사에는 빠짐없이 뻔질나게 활짝 웃는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어 홍보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찬·반이 나눠져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민감한 문제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지역 지도자들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많은 지식과 경륜을 갖춘 이들이 나서 지역발전을 위해 올바른 길을 안내해야 함에도 찬성과 반대든 어느 한편에 손을 들어 주면 표가 떨어져 완장에 흠집이 갈 것이 두려워서인지 '얼굴을 내밀지 않고 뒤에서 숨어 있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특히 자신의 지시나 명령에 따르지 않는 기업이나 인물이 있으면 궁지로 몰아 넣기 위해 제 3의 단체를 조종해 대리전을 치르게 하는 비겁한 장(長)도 있다.

 

이들 지도자들은 지역발전과 자신이 속한 기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당선 후 출사표를 던질 때와는 달리 약속을 저버리고 자신만의 잇속을 위해 뛰고 있는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자들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각 자치단체마다 '어른(長)이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진심'이고 '진정성'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좌'나 '우'가 아닌 그때 그때의 '정치적 올바름'으로 행동해야 한다.

 

할 무어 중령같은 지도자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 안봉호(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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