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교육부장)
"학교현장과 학부모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았습니다. 예산과가 중심이 되고 FT팀이 다시 점검했습니다. 민관 거버넌스적인 개선안에 대해 현장의 만족도가 높다고 자부합니다. 학교현장에서 이견없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9일 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편성안에 대한 설명회 자리에서 김지성 대변인이 한 말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자화자찬이다.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주민참여 예산편성제에 따라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 것은 맞지만, 충분히 담아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고작해야 전주 정읍 임실 3개 지역에서 설명회를 가졌고, 도교육청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한 설문조사를 한 정도이다. 일반 학부모들은 설명회가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학교현장에서 이견없이 만족하고 있다는 말은 소가 웃을 일이다. 아직 예산서가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누가 이를 알고 만족하며, 이견이 없다는 것을 어찌 안단 말인가. 이견없이 만족할 것이라는 '예상'이라고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도의회의 예산심의권은 핫바지란 말인가.
예산과가 이번 예산편성의 중심이 됐는지는 더욱 논란의 여지가 많다. '큰 틀은 예산과에서 만들었다'는 설명이지만, 예산의 '큰 틀'은 원래부터 정해져서 해마다 변함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와 달라진 부분이며, 이를 누가 주도했느냐가 문제이다. 모든 것을 일일이 간섭하고 주도한 것은 TF팀이다. 민간경상경비의 경우 TF팀이 구체적인 액수까지 작업했고, 예산과는 '1원도 손대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도대체 민간인인 TF팀이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무슨 자격으로 실무자가 해야 할 예산작업을 하고, 도의회의가 행사해야 할 예산심의권까지 행사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2011년도 예산의 주요 달라진 점'에 대한 설명부분은 더욱 가관이다. 지난해보다 증가한 부분만 있고, 감소한 사업은 없다. 예산은 제로섬 게임이어서 한 쪽이 증가하면 다른 쪽이 감소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감소한 사업예산의 공개를 거부하면서 '궁금하면 도의회에 가서 알아보라'는 식이다. 안하무인이다. 그렇다면 증가한 사업은 왜 자랑하고 나서는가. 김승환 교육감이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원칙도 아니고 투명한 행정도 아니다.
이 중심에는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행복한교육공동체추진단이 있다. 공조직이 무너질대로 무너졌다는 한탄의 소리는 더이상 쉬쉬할 비밀이 아니다. 그 옛날 몽고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정복한 지역의 주민을 자신의 국민과 똑같이 대우하고, 항복한 적군을 자신의 군대에 편입시켜 똑같이 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완벽하고 너는 결점덩어리'라는 식으로 마치 점령군처럼 무시하고 의심하고 깔아뭉갰다면 그 조그마한 나라 몽고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승환호의 교육정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급적 이해하고 따라주려고 하는 것도 개혁 기치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개혁과 개선이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으로 자의적이고 편의적이고 자기도취적으로 흘러간다면 주민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이성원(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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