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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삶 속 숨막히는 공허…우리가 갈 길은

창작소극장 20주년 기념공연 '물속에서 숨쉬는 者 하나도 없다'

창작소극장 건립 20년을 맞은 창작극회 130회 정기공연에 올리는 '물속에서 숨쉬는 者 하나도 없다' 의 한 장면. (desk@jjan.kr)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삶의 고도'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연극은 계속된다. 창작소극장 건립 20년을 맞은 창작극회(대표 홍석찬)가 130회 정기공연에 '물속에서 숨쉬는 者 하나도 없다'를 올린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 감춰진 숨막힐듯한 공허 속에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묻고 싶었죠."

 

작품마다 상식을 깬 무대를 선보인 극작가 박근형씨는 '더이상 의미를 묻지 말고, 작품에서 찾으라'고 했다. 작품의 배경은 허름한 여관'나그네 쉼터'. 여관에 든 두 남녀(이부열·김안나 역)는 '죽고 못사는 사이'다. 여관 주인인 오빠(홍석찬 역)은 작곡가로 세상에 그럴싸한 곡을 내놓고 싶어한다. 여동생(백진화 역)은 내 집 장만을 위해 몸을 팔고, 음식 심부름을 하는 배달(신유철 역)는 노래 연습에 여념이 없다. 오빠는 배달에게 노래를 가르치다 이렇게 퍼붓는다.

 

"야, 이 새끼야!(…) 느낌을 가지고 살아! 생각을 가지란 말야! 네가 살아온 세월을 말하란 말야, 말을! 네 얘기를 하란 말야. 눈을 뜨고, 눈을 뜨라고 제발!"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 여관에 투숙한 두 남녀는 스스로의 삶에 종지부를 찍는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내면은 궁핍해져만 가는 한국사회에 대한 풍자가 극으로 치닫는 장면. 1991년 처음 이 작품이 올려질 때와 비교해 사회 현실은 더 각박해졌다. 열심히 뭔가를 향해 달려왔지만 어느 순간 문득, "아, 내가 잘 살고 있나"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하지만 난해한 연극이라고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볼 필요는 없다. 편안하게 극의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

 

"소극장에서는 관객의 호흡까지 느껴져요. 집중하고 있구나, 힘들어하고 있구나. 선배들이 일궈놓은 밭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때가 많지만, 늘 창작소극장을 찾아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게 감동이고, 보람이죠."

 

홍석찬 대표는 내년이면 창작극회가 창립 50주년을 맞는다고 했다. 감동의 박수와 텅빈 객석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연극판에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지역 연극계를 지켜오고 있는 이들의 작품은 위로가 될까, 각성이 될까. 어찌됐든 작품에 몰입하다 보면,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창작극회, '물 속에서 숨쉬는 者 하나도 없다' = 12~21일 창작소극장(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7시, 일 오후 4시) 063) 285-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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