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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체육 비사] ①이기형 전북체고 초대교장

1963년 전국체전 유치…전주공설운동장 건립

11일 전주의 자택에서 만난 이기형 초대 전북체육고 교장은 예체능을 경시하는 풍토가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추성수(chss78@jjan.kr)

박태환, 김연아, 박지성, 이창호 등 스타 플레이어들은 이미 국내무대를 넘어 전세계를 휩쓴지 오래다.

 

하지만 프로리그가 본격 형성되기 이전, 아마 스포츠는 도민들과 함께 애환을 함께 나눠오면서 면면히 전북의 체육역량을 키워온 것 또한 사실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와 이들을 길러낸 지도자, 그리고 전북체육의 기반을 닦기 위해 묵묵히 자기일을 해온 체육 행정가들이 있었기에 전북체육의 오늘이 있는지도 모른다.

 

전북일보는 이번주부터 체육계의 원로와 왕년의 스타 선수, 지도자 등을 찾아 전북체육의 역사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를 마련, 매주 한차례씩 게재한다. <편집자 주>

 

현대 전북체육의 뿌리인 이기형씨

 

체육계의 원로인 이기형(88·초대 체육고 교장)씨를 흔히 '전북체육의 뿌리'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40대 이하의 젊은층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전북 체육의 현대화 과정에 있어 그가 끼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씨는 경성사범(서울대 전신)에서 럭비 선수로 활약한 뒤, 도내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도교육청 장학사와 체육계장 등을 지냈다.

 

체고 초대 교장을 거쳐 5년 넘게 체육중고 교장을 하는 동안 전북체육의 기본틀을 확 바꾼 인물이다.

 

도지사나 교육감 또는 체육회 사무처장을 역임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는 전북체육의 뿌리로 일컬어질까.

 

그 답은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체전(제44회)이 전북에서 처음 열린 상황에서 장학사였던 그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이후 체육계에 큰 영향을 미친 때문이다.

 

5·16 직후여서 전북지사는 군 출신인 김인 준장이 지사(61년 8월∼63년 12월 재임)를 맡고 있을 때, 전국체전을 유치한 전북은 큰 변화를 맞게된다.

 

프로는 커녕, 일반 아마 경기조차 보급되지 않았을때 장학사였던 이 씨는 체전을 계기로 전북 체육의 저변을 확 바꾸는데 결정적 공헌을 하게 된다.

 

종합경기장이 없던 시절, 체전준비위원으로 전주공설운동장이 만들어지는데 기여했고, 당시로선 체전의 하일라이트인 매스게임을 지도하기도 했다.

 

또한 전북엔 아예 그 개념조차 없던 하키·럭비·테니스·배드민턴, 펜싱 등을 중·고교 체육교사를 중심으로 확산시켜, 이후 십수년간 전북이 적어도 체육면에서 서울을 제외하곤 가장 앞선 곳이라는 평가를 받게만든 장본인이다.

 

없던 팀을 급조해 그해에 우승한 일화는 지금 생각해도 우습기만 하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김인 전 지사가 아니었다면 전주에서 전국체전을 여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한 이 씨는 "틈나는대로 준비 상황을 체크하던 김인 당시 지사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없는 집안에서 첫 대사를 치르듯 당시 전국체전은 전북도정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한다.

 

팔달로를 중심으로 한 도로를 내는 과정에서 노인들이 "왜 전통가옥을 파괴하고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고 크게 반발하며 성을 내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군사정부 시절 정부의 힘은 막강했다.

 

뚝심있게 밀어부치는 김인 지사의 모습을 먼 발치서 보면서 혀를 내두른게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회고다.

 

숙소라고 해봐야 여인숙 몇개 있던 시절, 전국체전을 하기 위해 전주에선 전국 최초로 민박이 도입됐고, 이는 다른 시도에 전통으로 이어졌다.

 

개최지 프리미엄이 없던 시절, 전북이 3위를 하자 체전 관계자 모두가 부둥켜 안고 울었던게 엊그제 같단다.

 

"음악, 미술, 체육을 경시하는 현 풍토는 너무나 가슴아프다"고 말하는 그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체육을 가르칠 마음가짐이 없는 체육교사는 교단을 스스로 떠나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73년 개교한 체육중학교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체육에 관심이 큰 민관식 당시 문교부장관의 의중에 따라 설인수 전 교육감이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체육중을 설립, 결과적으로 전북 체육의 저변을 확대하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선수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지만 체육을 제대로 지도해야 참된 교육이 된다"고 말하는 원로 체육인의 충고가 따갑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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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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