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이 뒤늦게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하고 싶은 시간'은 상대가 정해진 두 남녀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남편과 행복한 삶을 꾸리던 안나(알바 로르워쳐)는 어느 날 식당에서 일하는 유부남 도미니코(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를 보고 강렬한 욕망에 휩싸인다.
안나와 도미니코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후 매주 수요일마다 도시 외곽에 있는 모텔에서 만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도미니코는 자신의 외도사실을 부인에게 들키고, 안나도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지쳐 둘은 헤어지게 된다.
이처럼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가 2시간 동안 펼쳐진다.
비루한 일상은 이들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해 주는 촉매제다. 안나와의 만남이 끝나고 나면 도미니코는 쌓인 집안일과 아이들 돌보기 등으로 쉴 틈이 없다. 쪼들리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형에게 돈을 빌려달라며 아쉬운 부탁도 해야 한다. 유일한 탈출구는 안나와의 만남이다.
안나의 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다. 자상한 남편이 있지만, 그에게서 강렬한 사랑을 느낄 수 없다.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그의 무딤에 짜증도 난다. 자신의 외도를 암시하면서 "우리가 같이 잔 지 얼마나 됐는 줄 알아?"라고 다그쳐도 그는 그저 멍한 표정만 지을 뿐이다.
안나와 도미니코의 사랑이 대단하지만 그걸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인 제약 탓이다. "당신을 원하지만, 애들을 저버릴 수 없어"라는 도미니코의 대사는 유부남-유부녀의 사랑이 얼마나 이뤄지기 어려운지 보여준다.
"함께 있고 싶어, 하루 종일"이라는 평범한 대사가 그들의 애절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때론 한순간을 잊는데 전 생애가 필요하다"는 대사는 심장을 옥죈다. 라스트 장면은 무척이나 담담하지만 애절하다.
물론 안나-도미니코의 강렬한 사랑만 있는 건 아니다. 안나 남편이 보여주는 여유로운 사랑도 인상적이다.
"기다리고 있으면 이렇게 돌아오잖아."
안나를 위해 헌신하는 그의 태도는 이런 식이다.
베드신 수위가 상당하지만 안나-도미니코의 안타까움을 더욱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뛰어나다. '빵과 튤립'(2000) 등을 연출한 이탈리아의 실비오 솔디니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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