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러브스위치', 온스타일의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QTV의 '순위 정하는 여자'.
모두 국내 케이블 방송사들의 인기 프로그램이지만 원산지는 해외다.
'러브스위치'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기획돼 세계 10여개국에서 방송 중인 '테이크 미 아웃'(Take Me Out)의 포맷을 사왔고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는 슈퍼모델 타이라 뱅크스가 진행하는 미국 프로그램 '어메리카스 넥스트 톱 모델'의 한국 버전이다.
'순위 정하는 여자' 역시 일본 TV 아사히의 예능 프로 포맷을 구입해 제작했다.
이들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면서 포맷 수입에 나선 방송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수입포맷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포맷수입 프로..효자노릇 '톡톡' = '러브스위치'는 8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역시 시청률 1%를 훌쩍 넘기며 인기 행진을 이어간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프로그램답게 국내에서 성적표도 좋다.
개성 넘치는 출연자들의 활약도 있었지만 이들의 인기 비결이 차별화된 포맷에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남자와 여자 동수라는 기존 짝짓기 프로그램의 포맷을 뒤엎고 1대 30의 미팅이라는 파격을 시도하거나(러브스위치), 매주 다른 과제에 도전한 결과를 토대로 서바이벌 형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는 포맷(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우기 충분했다.
'러브스위치'의 성공에 고무된 tvN은 다음 달 5일 또 다른 포맷 수입 퀴즈쇼 '트라이앵글'을 방송한다.
'트라이앵글'은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21개국에서 방영 중인 퀴즈쇼 '디바이디드'(DIVIDED)의 국내판으로, 3명의 도전자가 설득과 합의를 통해 100초 안에 만장일치의 답을 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27일 첫선을 보인 버라이어티 '네버랜드'의 메인 코너들도 수입한 포맷으로 구성됐다. '조용한 도서관'은 일본, '즐거운 인생'은 벨기에 프로그램에서 각각 포맷을 구입해 기획됐다.
MBC드라마넷도 영국에서 기획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댄스 경연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스'의 한국버전을 내년 2월 내놓는다. 온스타일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 3를 준비 중이다.
포맷수입..위험부담 줄이고 홍보효과까지 = 해외 포맷은 이미 재미를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적은 제작비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케이블 방송사들에 매력적이다. 지상파에서 현재 방영 중인 포맷 수입 프로는 KBS의 퀴즈쇼 '1대 100' 정도에 불과하다.
자체 제작 비율을 높여야 하는 케이블 방송사 입장에서 포맷 수입은 손쉬운 선택이다.
방송사들은 포맷을 구입하면서 일종의 프로그램 제작 매뉴얼인 바이블까지 사들인다.
바이블에는 세트구성, 캐스팅, 편집 등과 관련한 세부내용이 담겨 있어 제작 과정시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인기의 노하우를 사는 동시에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해외 프로그램의 포맷에 이미 익숙하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방영된 프로그램이라 제목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누렸다.
온미디어 이용렬 제작팀장은 28일 "해외 포맷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국내판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거라 생각했다"며 "케이블은 특정층이 선택해서 보는 채널이다 보니 특수한 포맷에도 지상파보다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자체 기획력 길러야" = 그러나 인기 포맷이 시청률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지난해 MBC에브리원에서 방송된 '퍼펙트 브라이드'는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다. 커플 매칭에 시어머니 후보까지 참여한다는 포맷이 국내 정서에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외포맷을 수입할 때는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이용렬 팀장은 "현지화를 위한 고민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포맷 선택과정부터 조심스럽다"며 "국내 정서에 맞게 제작하면서 원본의 질을 유지하려면 편당 제작비가 일반 자체제작물보다 더 들어가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해외 포맷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자체 기획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 경쟁에서 독창적인 포맷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프로그램 포맷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시장규모는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강명현 교수는 "포맷 수입은 방송문화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증받은 해외 포맷에 의존하다보면 실험적인 시도를 할 기회가 줄어든다. 국제적인 콘텐츠 제작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작자 스스로 기획력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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