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갈등과 안보비상을 불러온 경인년을 뒤로 하고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지만 신묘년 새해를 맞는 심정은 남다르다. 국가 안위와 전북이 처한 현실여건을 놓고 보면 한시도 나태할 수가 없다.
지난해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으로 국방의 허점이 노출됐고 적절히 대응치 못한 무력감을 드러냈다. 더 큰 충돌이 발생할 경우 과연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신묘년 새해에도 긴장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전쟁과 평화'를 쓴 톨스토이는 "전쟁처럼 악하고 소름 끼치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이런 와중에도 정치권은 정신 못차리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양태를 보였다. 여야는 서민경제와 공정사회를 두고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갈등으로 몰아갔다. 다른 한편으로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라는 엄청난 재원이 쏠리면서 다른 분야와 다른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을 맛보고 있다. 이 시점에도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우리 사회 '갈등의 골' 치유해야
지금 우리 사회는 계층 갈등이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고 양극화의 정도는 날로 깊어지고 있다. 그 고통을 겪는 계층은 주로 서민 등 경제적 약자들이다. 이를 치유해야 할 정치권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말로는 소통과 대화를 강조하지만 새해 예산 하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물리력으로 통과시키는 게 우리 정치현실이다. 이걸 보면서 국민들은 뭘 생각하고 있을지 정치인들은 성찰해야 한다.
신묘년 새해는 서민경제가 펄펄 살아 움직이고 공정사회의 가치가 구현되는 해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책무다. 생산적인 정치, 국민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정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한편 우리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전북은 인구는 빠져나가고 경제적 총량은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는 175만명으로 줄었다. 충격적이다. 4년 전에 비해 2만 5000명이나 감소했다. 지역내 총생산은 32조원으로, 전국 총생산 대비 3%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지역주민의 경제생활 수준 척도가 되는 1인당 총소득 역시 1,573만 7천원으로 전국 평균(2,193만7천원)의 71% 수준이다. 9개 도 가운데 가장 낮다.
전북의 정치인들은 지난 수십년간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발전을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80년대부터 계속된 '3% 경제'라는 오명을 벗겨내지 못하고 있다. 말만 앞세우고 실천하지 못한 정치리더들의 책임이 크다.
◆ 지역 현안사업 새해 날개 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묘년 새해는 전북으로서는 의미 있는 해가 될 것 같다. 새만금과 신항만, 식품클러스터 같은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날개를 달고 비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업 착수 첫해라는 상징성과 중요성을 갖는다. 다른 어느 해보다 내실 있고 알찬 설계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전북의 미래 비전이 담긴 새만금은 지난해 4월 사업 착수 19년만에 방조제 공사가 완공됨으로써 새해부터는 본격적인 내부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벌써 7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곳을 찾았다.
OCI와 두산 인프라코어, 솔라월드 코리아, 현대중공업 등이 둥지를 틀고 전주·완주가 탄소밸리의 거점으로 도약한 것도 결실이다. 자동차와 조선, 신재생에너지, 태양광산업 등이 전북의 중심 산업으로 굳어지면 산업구조 역시 1차 산업 중심에서 2·3차 산업으로의 재편도 이뤄질 것이다.
전북교육은 진보성향의 김승환 교육감 코드에 맞춘 재편이 속도를 낼 것이다. 지난해는 일제고사 거부와 자율고 소송사태로 학교현장이 혼란을 겪었고, 정치권과의 불협화음도 드러냈다. 새해엔 교원평가와 혁신학교 추진 등 개혁적 과제들이 추진될 것이다. 학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전북의 학력저하 현상을 타개하는 것도 숙제다. 앞으로 눈여겨 봐야할 사안들이다.
◆ 지역발전, 도민 역량 모으자
새해는 또 19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정치권이 긴밀하게 움직이는 해가 될 것이다. 여야 막론하고 정쟁이 가속화하고 이합집산도 예상되고 있다. 지역발전과 국가의 미래에 천착하고 설계해야 할 시기 내내 정쟁에 몰두하던 그들이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선거를 앞두고는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주민들은 똑똑히 목격할 것이다.
우리 지역의 정치인들은 내 앞에 더 큰 감만 놓으려 했지 어려운 계층이나 지역의 현안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는 관심을 갖고 접근했는 지 묻고 싶다. 기대 이하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시내버스 파업으로 학생과 부녀자, 노인 등 교통약자들이 커다란 불편을 겪고 있는 데도 정당은 나몰라라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회의원과 정당이 진자리에는 발을 담그려 하지 않고 양지만 찾아다닌다는 비판을 새겨야 할 것이다.
신묘년 새해는 말만 앞세우는 정치인, 일하지 않는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해로 삼자. 이제 냉철한 이성의 눈으로 정치인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성숙된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 전북이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은 전북 곳곳에 걸려있는 깃발이 말해주는 것처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분산배치 관철이다. 정치권이 힘을 쏟아야 할 숙제다.
우리 앞에 놓여진 많은 숙제들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도민들의 모든 역량을 결집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할 것이다. 도민 모두가 씨줄과 날줄이 돼서 에너지를 한데 모아야 할 때다. 두 눈을 부릅뜨고 미래를 향해 뛸 때 비로소 성과도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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