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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체육 비사] ⑧조소자 전 김제여고 교장

"男 정중근 女 조소자 '체육 콤비부부'"

지금부터 한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눈이 가득 내린 운동장을 선수들이 비로 쓸어가며 치운 뒤 본격적인 훈련하는 광경은 흔했다.

 

전북 여성 체육의 기반을 다진 조소자(65) 전 김제여고 교장이 그런 경우였다.

 

중학교때 핸드볼을 시작, 고교때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먼 훗날 '우생순 신화'의 기초를 닦은 그를 만나 옛날의 추억을 들어봤다.

 

조소자씨는 김제여중 3학년때 큰 키(당시 165cm) 하나 때문에 막 보급되기 시작한 핸드볼 선수가 됐다.

 

김제 월촌지역 유지였던 그의 아버지는 "여자가 간호사나 교육자가 돼야지 무슨 운동선수냐"며 완강히 반대했으나, 결국 선수가 된다.

 

고 3때 주장을 맡아 전국체전에서 우승하자 그렇게 반대했던 아버지는 단 한마디 "고생했다"며 딸의 등을 두드려 주셨다.

 

여름이면 강당에서 모기장을 설치하고 합숙하면서 훈련을 했고, 읍내를 돌아다니며 된장, 가지, 깻잎 등을 얻어왔다.

 

지도 교사가 "연습 끝"하면 선수들은 김제여고를 빙 둘러싸고 있는 호박잎을 따와 반찬으로 삼았다.

 

경희대 체육과를 졸업한 뒤 그는 체육교사를 하면서 여성 운동선수를 발굴해 육성했다.

 

부안 여중고 체육교사로 부임한 조 씨는 한 노총각 체육교사의 열정적인 학생지도 모습에 반해 결혼한다.

 

평생을 전북체육 발전에 헌신해 온 정중근 전 부교육감(수년전 작고)이 바로 그다.

 

전라고에서 사이클 선수들과 함께 뛰었던 체육교사 정중근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남자 체육의 정중근-여자 체육의 조소자 콤비부부는 그렇게 탄생하게 된다.

 

전주여고, 이리여고에서 체육교사를 하며 그는 전북 무용이 전국무대에 알려지는데 크게 공헌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체육교사로서 조 씨가 보여준 열정과 헌신은 지금도 귀감이 된다.

 

전주여상에 부임해 사격선수 지도를 할때의 일이다.

 

선수들은 총한번 쏴보지 않은 '여자 체육교사'를 드러내놓고 무시했다.

 

오기가 발동한 조씨는 국가대표 코치를 찾아다녔고, 사격 전문서적을 통해 훈련방법을 터득했다.

 

대회가 다가오면 한달 전부터 남편과 함께 생활하는 25평 아파트에 사격선수 13명을 합숙시키며, 밥을 해먹였다.

 

그 결과 전주여상 사격팀은 8년동안 전국대회에서 금, 은, 동메달을 합쳐 무려 33개를 따냈다.

 

야간부 학생을 맡은 조씨는 낮에는 사격을 가르치고, 밤에는 수업을 해가며 제자를 육성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말로 제자들을 다그쳤다.

 

2003년 교육자로서 마지막 혼을 불사르겠다며 그는 모교인 김제여고 교장으로 부임한다.

 

전북대에 한, 두명도 들어가지 못했던 학생들이 그가 재임하던 4년간 무려 70여 명이 보란듯이 합격했다고 한다.

 

한 교사가 애정어린 마음에서 제자를 체벌하는 과정에서 몇몇 학생이 부상을 입자 일부 학부모들이 흥분해 고발하겠다고 난리였다.

 

체벌은 분명 과한 것이었으나, 교육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 조 씨는 학부모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감정적 체벌이 아닌 스승의 제자사랑하는 마음으로 생각해달라"는 교장의 호소 한마디에 모든게 무마됐다.

 

그 교사는 지금도 조씨를 대할때면'어머니'라고 부른다고 한다.

 

남편이 장학사, 교육장, 부교육감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조씨는 시샘도 받았다.

 

뭔가를 이루면 남편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한때는 밉고 서운했다.

 

하지만 인사때마다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자리에 먼저 지원해서 나가는 조씨를 보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시샘하지 않았다.

 

교육의원 선거가 있을때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출마를 권유했으나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지금도 제자를 가르치고 싶고, 전북체육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조 씨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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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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