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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익산 구제역·AI 방역이동통제초소를 가다

강추위 속 얼어붙은 소독약 살포기 녹여가며 새벽까지 강행군

12일 밤 11시 30분, 본보 엄철호 기자가 익산 망성면 구제역·AI 방역 이동통제초소에서 방역작업 체험을 하고 있다. (desk@jjan.kr)

익산시가 구제역·AI 등의 가축전염병 전국 창궐에 맞서 청정지역을 지키려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지 40여일째.

 

기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축전염병 바이러스와 기나 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방역에 힘을 보태고, 최일선 현장을 보다 생생히 담고자 방역 동행 취재에 나섰다.

 

먼저 23개 이동통제초소 중 망성면 제1초소를 선택했다. 이 곳은 국도 23호선을 따라 충남과 전북이 맞닿아 있는 초접경 지역이자, 청정지역 사수를 위한 최후 보루다.

 

12일 밤 11시30분 제1초소. 30분 후면 근무가 시작된다. 초소 근무자들의 휴식 공간인 컨테이너 임시 사무실로 들어가니, 4시간 전부터 초소근무를 하고 있는 3명이 반갑게 맞이한다.

 

통성명이 끝나자 곧바로 방역복이 건네졌다. 밤샘 근무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우니 겉옷 위에 단단히 걸쳐 입으라는 충고가 전해졌다. 두터운 외투 위에 방역복을 입고 근무수칙, 소독확인서 작성요령 등의 설명을 듣고 나니 밤 12시 정각. 근무가 시작됐다.

 

기자와 짝을 이룬 팀은 익산시 공무원 강병수 실무관(행정지원과)과 마을 주민 소정우(48)·소병무 씨(34) 등 모두 4명. 원래는 3인1조로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근무하지만 기자의 합류로 1명이 추가된 것.

 

기자에게 부여된 첫 임무는 그나마 쉽다는 유도봉으로 차량을 통제하는 일이다.

 

소독약 살포기에서 3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익산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들에게 서행을 권하며 연신 유도봉을 흔들어댔다.

 

30여분 지나 소독약 살포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량들이 안전하게 소독처리되는지 꼼꼼히 살피고, 사료차량은 정차시켜 휴대용 소독기로 재소독하는 일이다. 또 얼어붙은 살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녹여야 한다. 일이 보통 많은 게 아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자 매서운 겨울 한파 냉기가 뼛속으로 파고들어 아프기까지 했다. 온도계는 영하 8도를 가리켰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아니 영하 20도를 웃도는 느낌이다.

 

새벽 2시.

 

시간이 지날수록 강추위에 몸이 굳어갔다. 외투로 중무장을 했지만 살을 헤집는 칼바람에는 속수무책. 더구나 제1초소는 금강변에서 불과 200m 거리라 파고드는 강바람이 창 끝같다. 손과 발은 물론 온 몸이 얼어붙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무실로 와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며 전기난로에 몸을 녹이자 금새 졸음이 몰려왔다.

 

깜박 졸다가 다시 근무에 나섰다. 새벽이 다가오면서 통행차량이 많이 줄었다. 몸은 편해졌지만 허허벌판에 서서 불어오는 금강변 칼바람을 온 몸으로 맞받으니 진짜 고통스러웠다.

 

가축전염병 뿐만 아니라 맹추위와도 싸워야 하는 힘겨운 사투는 그렇게 계속됐다.

 

새벽 4시가 가까워지자 교대 근무팀이 도착했다. 짧은 4시간의 일선 초소 근무였지만 정말이지 힘들고 고됐다.

 

뿌듯함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가하면서 축산농가들의 상처가 빨리 치유되길, 더 나아가 다시는 가축전염병이 창궐하지 않는 청정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기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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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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