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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박대성과 폴포츠

황주연(문화부장)

習靜求神悟.

 

고요한 가운데 자기연마를 게을리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귀신같은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신묘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첫 신년기획전에 경북 청도출신 박대성 화가를 초대했다.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은 채 한 길을 걸어온 작가의 당당한 예술세계를 보는 듯하다. 고 최명희 선생님의 혼불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소산의 60평생 걸작으로 먹 작업의 진수를 보여주는 '현율' '천년배산' 그리고 '현송'등을 보면서 대가의 풍모가 느껴졌다. 여기서 내가 소산 박대성을 주목한 것은 그의 특이한 이력. 소산의 학력란에는 1988년 중국 화문기행, 1998년 북한 화문기행, 단 두줄의 경력이 전부다. 어찌보면 초라한 이력을 가진 소산이 '절벽에 선 마음' 으로 간절하게 그림에 몰입했기에 수묵화의 대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칼 끝에 선 마음으로 작품에 몰입하는데 어떤 잡념이 파고들 수 있겠는가.

 

소산이 여행한 곳은 희말라야 골짜기나 타클라마칸 사막과 같은 오지였다.

 

만년설에 덮인 고산지대나 오아시스의 고마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사막을 무작정 헤매 보는일, 고행처럼 창작의 깊이와 넓이를 실감나게 하는 교실도 많지 않으리라.

 

자발적 유배를 선택해 경주에 칩거하며 작품에 몰두 했고 경주박물관을 제집 드나들듯 했다. 외롭고 절실한 상황속에서 찬란한 예술적 성과를 낳았다.

 

그는 글씨와 공예에도 능하다. 오체중에서도 초서와 예서에 능하고 공예도 30년 내공을 자랑한다. 여행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뜨고 그림이나 글씨도 독학으로 깨우쳤다.

 

폴 포츠는 15일 소리문화전당 공연에 앞서 14일 전주소년원을 방문했다.

 

휴대전화 외판원에서 일약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떠오른 폴의 인생역정은 남다르다.

 

어눌한 말투, 교통사고, 악성종양, 친구들의 따돌림에도 묵묵히 노래에 몰두했다.

 

폴 포츠가 닫힌 공간에서 생활하는 소년원생들에게 친숙한 팝과 오페라를 들려주며 희망과 꿈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렇듯 한 분야에서 최고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거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었고, 자신의 팔 한쪽까지 잃었으나 그럼에도 그는 외로운 고행 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소산이나 "음악은 나에게 편안하고 행복을 주는 것이며 노래를 부를때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는 폴 포츠 같은 사람이 도내문화예술계에도 나와야 한다.

 

문화의 중심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춰 급속히 변모해 가는데 아직도 '전통문화도시' '맛과 멋의 도시' 니 하는 허무한 레토릭으로 자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불안하다. 지금 우리문화예술계에 필요한 것은 고도의 예술적 긴장과 열정으로 작품세계를 변모시키는 작가들의 도전 정신이다.

 

소동파의 유후론으로 결론을 맺자.

 

天下有大勇者 卒然臨之而不驚 無故加之而不怒 此基所挾持者甚大 而基志甚遠也.

 

큰 용기를 가진 자는 급박한 일에 처하여도 놀라지 않고 이유없이 욕을 당해도 놀라지 않는다. 그가 가슴에 품은 뜻이 크고 원대하기 때문이다.

 

/ 황주연(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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