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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급한 전북문학관 개관

장세진(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전북일보(2월10일)에 따르면 전북도는 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 업무보고에서 구 외국인학교를 리모델링, 도립문학관(전북문학관)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보도에 의하면 전북문인협회 이동희 회장은 2월 21일 열린 전북예총50년사 출판기념회(소리문화의전당)에서 김완주 도지사로부터 전북문학관 설립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사실 전북도는 지난 해 전북문학관 관련 예산을 세웠다. 그런데 도의회 의결에서 전액 삭감되었다. 4조 479억 원으로 의결됐는데, 69건에 71억 원이 삭감된 규모다. 삭감 예산엔 전북문화재단 3억 원과 도립문학관 5억 8천만 원 전액이 포함되었다.

 

전북문화재단 및 전북문학관 예산 전액 삭감을 보고 문인의 한 사람으로 아쉬움과 함께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과연 도의원들에게 문화마인드라는 것이 있는지, 솟구친 의구심을 쉽게 떨쳐낼 수 없어서다.

 

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 의원들은 지난 해 계수조정때부터 삭감 이유로 시기상조론을 내세운 바 있다. "개인 문학관도 활성화가 어려운 판국에 도립문학관 설립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문학인들의 소통 공간에 불과한 곳에 매년 8,0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예산낭비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의결권을 쥐고 있는 도의원들의 문학 내지 문화자원에 대한 이해가 그 정도라면 더 이상 기대할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도의회의 기능 중 하나는 지방행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임을 모르지 않는다. 전북문화재단과 전북문학관 예산 전액 삭감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의회의 문화마인드 부족 때문이라는 혐의가 짙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무식한' 논리로 아예 전액 삭감이 이루어졌겠는가?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있는 하등동물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경제논리로만 따져서 안될 원천적 이유이다. 다른 시·도와 비교해봐도 이해가 안된다. 일례로 순천시는 지난 해 10월 순천문학관을 개관했다. '무진기행'의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고 정채봉을 기념하기 위한 문학관이다.

 

경남도는 경남문학관(진해시)을 10여 년 전인 2001년 이미 개관, 운영하고 있다. 물론 지자체들이 문학관을 관광자원화한다며 우후죽순 세우려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말이 좋아 관광활성화이지 운영비 등 적자가 누적되는 애물단지에 대한 경계가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전북문화재단이나 전북문학관 설립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하루 빨리 출범시키거나 세워 '문학인들의 소통 공간에 불과한 곳'이라는 '무지'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전주한옥마을이 그렇듯 전주를 찾는 모든 관광객들이 꼭 찾을 수 있는 '전북문학의 전당'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게 어디 관광자원뿐이겠는가! 지도층 인사들은 입만 열면 애향 애향 하는데, 우리 지역 청소년들에게 전북문학을 일깨워 궁극적으로 애향심 갖게하기에 그만한 것이 없으리라 확신한다. 사정이 그와 같으니 도의회가 나서서 다시 '쪽박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문인 및 뜻있는 모든 이들의 관심이 4월 추경확보에 쏠리는 이유이다. 전북문학관을 수십 억, 수백 억 원을 들여 새로 짓자는 것도 아니다. 도심 속 흉물이 되어가는 옛 도지사 관사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일 뿐이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전라북도가 전국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문화자원을 하나 확보하는 일이다. 그깟 돈 얼마를 따져 망설이거나 주저할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시급한 전북문학관 개관이다.

 

/ 장세진(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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