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장자연 사건이 그가 자살한 지 꼭 2년 만에 그가 지인에게 보냈다는 자필편지가 공개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건은 2009년 3월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장씨가 자살하면서 시작됐으나 초기에는 한 신인 탤런트의 안타까운 죽음 정도로 받아들여져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장씨가 숨진 채 발견됐을 때만 해도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우울증 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경찰은 '단순 자살'로 변사처리했고 유족은 장례를 치렀다.
전 매니저의 의혹 제기와 장자연 문건
하지만, 전 매니저 유모씨가 장씨 자살 다음 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장자연이 심경을 토로한 문건을 나에게 줬다. 자연이를 아는 연예계 종사자는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장씨의 자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유씨가 언론사 두 곳에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보여주면서 파문이 시작됐다.
문건은 이들 언론을 통해 '저는 나약한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 일부가 보도됐다.
그러다 며칠 후 한 방송사가 '유력 인사들에게 성 상납과 술접대를 강요당했다'는 '장자연 문건'의 알맹이를 터트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단순 자살사건으로 결론 내렸던 경찰이 수사관 41명을 투입해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4개월 넘게 압수수색 27회, 통화내역 조회 14만여건, 계좌.카드 사용내역 조회 955건, 참고인 118명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갖가지 소문과 억측을 나왔고 인터넷에는 성상납과 술시중을 강요한 인물이라는 '장자연 리스트'가 나돌았다.
이후 언론사, IT업체, 금융업체 대표는 물론 연예계와 재계 인사들이 강요죄 공범 혐의에 대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4개월 수사..7명만 기소의견 송치
초기의 수사의지와 달리, 그 해 7월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와 전 매니저 유씨, 금융인 2명, 기획사 대표 1명, 드라마 PD 2명 등 모두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드라마 PD, 기획사 대표, 금융인 등 3명은 강요죄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이 각각 접대를 요구하거나 여성 연예인들과 5회 이상 술자리를 같이하고, 태국에서 골프 접대와 술 접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인과 드라마 PD 등 2명에게는 각각 강제추행 혐의와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일본에서 강제송환돼 폭행, 협박, 횡령, 도주 등 혐의로 구속상태였던 소속사 전 대표 김씨에게는 강요 혐의가 추가됐고 유씨에게는 '장자연 문건' 유포에 따른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와 모욕 혐의를 추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족에 의해 고소돼 강요죄 공범 혐의로 입건 후 참고인 중지된 금융인 1명과 기업인 1명은 불기소 처분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내사 중지했던 드라마PD 3명과 언론인 1명도 내사 종결로 혐의를 벗었다.
수사대상자 20명 중 7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매듭지은 것이다.
검찰 2명만 기소..수사종결
감찰 수사 역시 '태산명동서일필', '용두사미' 수사로 종결됐다.
사건을 송치받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한달여 수사 끝에 2009년 8월 김씨와 유씨 2명만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는 무혐의 처분했다.
그 과정에서 유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김씨는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됐다.
검찰은 강요죄 공범 혐의로 송치된 금융인.기업인 등 5명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다.
당시 검찰은 "피의자 대부분이 소속사 전대표 김씨의 제의로 술자리를 가지던 중 장씨를 본 일은 있으나 참석시키도록 요구한 일이 없고 참석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고, "이들이 폭행.협박에 가담했다고 볼 자료가 전혀 없고 소속사 전 대표 김씨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한 공모범행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유력언론사 및 인터넷 언론사 대표 등 2명에 대해 "목격자 등의 진술이 맞지 않고 CCTV 등으로 알리바이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강제추행과 배임수배 혐의로 송치된 금융인과 드라마감독 등 3명도 증거가 부족하고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소속사 전 대표 김씨 혐의 중 유력인사를 접대하며 장씨를 동석시키거나 골프접대를 강요한 혐의와 유족이 고소한 성접대 알선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하고 문건의 문구가 추상적으로 작성돼 수사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성과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노예계약' 풍조를 바로잡을 연예계 전속계약서 표준약관을 제정한 것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심 징역형..항소심 다시 주목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3단독은 15개월의 심리 끝에 지난해 11월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씨와 전 매니저 유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씩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사건 발생 20개월 만이다.
이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2명이 모두 항소해 수원지법 형사합의3부에 계류 중이다.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 사건 공판은 6일 SBS가 '31명에게 100여 차례 접대했다'는 내용의 장씨를 자필편지 50여통을 입수했다고 보도해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항소심은 지난 1월 11일 첫 김씨와 유씨, 변호인들이 출석한 가운데 진행됐고 8일 예정됐던 2차 공판은 공판기일변경에 따라 오는 22일로 미뤄졌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영준 전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현재 수원지검 1차장 검사로 항소심을 수행하는 공판송무부를 관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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