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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로 돌아본 예능 룰의 의미

지난 한 주 방송계는 MBC '우리들의 일밤'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나가수)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제작진이 서바이벌 원칙을 뒤집고 최하위 득표자에게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자 방송 직후부터 여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졌고 급기야 방송 3주만에 제작진이 교체되는 사태를 맞았다.

 

비난의 핵심은 '제작진이 대중에게 약속한 룰을 깼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중과 MBC 사측의 반응이 지나쳤다는 동정론도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어난 돌발 상황이었고 어차피 재미를 위한 룰인데 룰이 깨졌다고 프로그램의 존폐론에 공정사회론까지 거론되는 것은 과잉반응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룰에 관한 시각차가 확연히 갈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예능 프로에서 룰은 어떤 의미일까.

 

◇재미를 위한 장치이자 시청자와 약속 = 예능 프로그램에서 게임의 룰은 시청자와 약속이자 재미를 위한 장치다.

 

MBC '무한도전'에는 일단 내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2008년 식객 편에서 유재석이 별생각 없이 알래스카의 김상덕씨를 언급하자 이듬해 초 출연진은 실제로 김상덕씨를 찾아 알래스카로 촬영을 떠났다.

 

유재석과 정형돈은 또 자신들의 발언 때문에 작년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참석해야 했다.

 

지난해 9월 빙고 특집 당시 정형돈이 농담조로 홍대에서 쇼핑한 옷을 입고 연말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발언을 했고 유재석이 이에 동의한 게 발단이 됐다.

 

방송 후 온라인에는 '역시 무한도전은 한 말은 지킨다'며 유재석과 정형돈에 대한 찬사가 잇따랐다.

 

KBS 2TV '해피선데-1박2일' 복불복 게임의 룰은 결과가 어떻든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면 제작진은 또 다른 조건을 내걸고 게임을 제안한다. 이 경우 조건은 더 가혹해진다. 재대결에서 지면 당사자 1명만 음식을 못 먹게 될 뿐 아니라 전체가 못 먹게 된다는 식이다.

 

단순히 출연자들이 떼를 쓴다고 룰을 바꾸는 일은 없다.

 

결과를 예상할 수도, 쉽게 바꿀 수도 없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는 커진다.

 

'해피선데이' 이동희 CP는 27일 "게임의 룰이란 게 처음에는 재미를 위한 장치로 시작하지만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약속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청자들이 룰을 훨씬 크게 생각하는 걸 체험으로 많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바이벌의 생명은 생존과 탈락 = 리얼 버라이어티 시청자들은 조작 논란에 유독 민감하다.

 

'1박2일'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지불한 음식값을 두고 조작 논란에 휩싸일 정도다.

 

이런 현상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리얼리티가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이동희 CP는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원칙을 가볍게 다뤄서는 안되는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제작진도 재미나 웃음보다는 리얼리티를 위한 장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촬영에 임한다"고 말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리얼리티가 대원칙이라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생존과 탈락이 대원칙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의 조작만큼이나 서바이벌에서는 재도전이나 패자부활이 시청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얼마전 MBC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에 의한 탈락자 구제가 빈축을 산 것도 서바이벌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당초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나중에 패자부활전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첫번째 평가에서 재도전 선택권 부여는 원칙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예외를 보여주는 우를 범해버린 셈이 됐다.

 

제작진은 서바이벌 원칙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고 항변하지만 시청자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은 인정했다.

 

MBC 예능국 고위 관계자는 "'나는 가수다'에서 서바이벌은 누군가를 탈락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지만 촬영과 편집에서 탈락이 중요한 것처럼 비춰졌다"며 "특히 현장에서 재도전 기회 부여는 원칙을 깨버리는 분명한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나는 가수다'의 특수성 = 그러나 '나는 가수다'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의 룰이 깨진 것에 대한 반발치고는 그 정도가 너무 크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예능 PD는 "이번 사태를 보면 앞으로 무서워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나는 가수다'의 재도전 논란에 대중이 크게 반응한 이유 중 하나로 대중이 재도전 결정에서 철저히 소외된 사실을 꼽았다.

 

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재도전 결정은 대중에게 담합으로 읽힌다"며 "제작진과 출연진만 판단해서 결론내리면서 대중이 배제된 느낌을 준 파장이 가장 컸다"고 해석했다.

 

'위대한 탄생'의 패자부활은 그나마 선발권을 쥔 멘토가 재도전 기회도 줬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결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반발의 정도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에서는 시청자를 상징하는 청중 평가단이 순위 결정권을 가졌음에도 제작진과 출연진이 둘만의 협의로 재도전 카드를 꺼냄으로써 상당수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무시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방송 후 프로그램 게시판에 '시청자를 무시하고 우롱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도 이 때문이었다.

 

'나는 가수다' 사태가 사회적 상징성을 갖고 있어 반응이 뜨거웠다는 분석도 있다.

 

정덕현 씨는 "가수들이 예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가요계의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함과 동시에 우리사회의 경쟁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 씨도 "기득권층에 비유되는 정상급 가수들에게 예외가 적용된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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