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한 얘기를 한 것뿐이에요. 상황이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민하게 사람들을 지켜보고 판단해서 솔직하고 간결하게 전달하려고 해요."
MBC '우리들의 일밤' 코너 '신입사원'이 방송되기 전 아나운서 방현주는 독설과 거리가 멀었다.
친근한 인상과 편안한 말투로 정보 프로그램에서 주로 활약했던 그는 '신입사원'으로 뒤늦게 독설가란 타이틀을 얻었다.
6일 여의도 MBC에서 만난 그는 "지인 중에 '신입사원'에서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딱 너다'라는 분들도 계시다"며 밝게 웃었다.
"평소에 후배들한테 하는 마음으로 애정을 담아서 지켜보다 보니 그런 지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지원자분들은 용기 있는 분들이에요. 그분들은 꿈을 향해 행동하는 실천가라 제게는 한분 한분이 귀해요. 그래서 떨어져도 도움이 되는 말을 얻고 가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최소한의 보답이죠."
방현주 아나운서는 '신입사원'에서 거침없는 촌철살인으로 '아나운서계의 방시혁'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프로듀서 방시혁은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독설로 화제가 된 심사위원이다.
방현주 아나운서도 방시혁에 못지않게 직설적이다.
그는 정형화된 아나운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응시생들에게 "나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후배들을 보고 싶다"며 일갈하고 연예인 쌈디의 산만한 행동에 대해서는 "다른사람 말을 듣는 태도도 중요하다. 혹시 껌을 씹고 계신가 유심히 보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지적이면 야유를 보내겠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그런 부분이 보여서 긍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 심사위원들이 하는 일은 단점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지원자들을 보는 거에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방송 후 따로 저한테 독설을 해달라는 지원자들도 있어요. 객관적인 지적에 목말랐던 것 같아요."
지적을 할 때는 냉정하지만 지원자들에게는 필요하다면 응원의 말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지난 3일 방송에서 몸매 콤플렉스가 있다는 도전자에게 "나는 66사이즈를 입는다. 아나운서가 꼭 날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용기를 심어줬다.
"날씬하고 예쁜 후배들을 보면 '니 허벅지가 내 팔뚝이다'라고 평소에 얘기하거든요. 그 지원자가 6년동안 아나운서가 안 된 이유를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우리는 날씬이를 뽑는 게 아니거든요. 보고 또 보고 싶은 사람을 찾고 있어요. 제 외모가 아나운서 생활에 걸림돌이 되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처음 심사위원으로 나설 때 부담감도 있었다.
그는 "나도 앞으로 갈 길이 먼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더도 덜도 말고 14년동안 겪었던 것들, 단순히 내가 선배라서 하는 지적이 아니라 일을 14년 더 한 사람으로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은 말씀드릴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지금은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많이 보여주려 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만 하자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하고 있어요."
1997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는 사내에서 중국통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방송에서는 중국어를 현지인처럼 할 수 있다는 도전자와 중국어로 직접 대화를 나누며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는 2003년 중국 유학을 떠나 2006년 베이징대학교대학원에서 미디어관리경영학 석사를 따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전문가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림픽 후 갑상선암 진단을 받기도 했었지만 암을 극복하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인생의 지도를 펼쳐놓고 봤을 때 아나운서가 된 것은 축복"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직업"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의 남편은 '아마존의 눈물'을 연출한 김현철 PD다. 김 PD는 그에게 '독설을 주는 사람'이다.
"전에 한 지원자가 에스프레소 잔을 갖고 자기소개를 하는 게 있었는데 그 친구의 위기대처능력을 보고 싶어서 '나는 커피를 안 좋아하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물은 적이 있었어요. 남편이 그걸 보더니 앞으로 그런 상황에서 개인적인 취향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일리가 있어 잘 새겨듣고 있어요."
직장생활을 하는 주부로서 고충을 잘 알다보니 주부 도전자에게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주부 지원자에게는 마음이 가더라"며 "그분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가 느껴져 한분한분 손을 잡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심사를 할 때 주로 보는 점은 에너지다. 이런 심사기준은 그의 인생관과 맞닿아 있다. 그는 지금까지 심장이 뛰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고 했다.
"친한 사람들은 저보고 인생을 산만하게 산다고 말해요. 내가 정말 이 일을 하면서 심장이 뛰는가가 저에게는 삶의 중요한 바로미터에요.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지원자들 중에서도 그런 에너지가 보이는 친구들이 몇 명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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