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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연극 부활하는 그날까지…" 창립 50주년 맞는 창작극회

'그 여자네 소설' 연출가 류경호 제작자 홍석찬 씨

창작극회 대표 홍석찬 연굴차 류경호(오른쪽). (desk@jjan.kr)

전북 연극의 시작과 중심에 창작극회(대표 홍석찬)가 있다. 창작극회는 1960년대 이 지역에 연극의 씨앗이 뿌려졌을 때부터 전북 연극 50년 부침의 세월을 함께 했다. '연극은 인간을 그리는 예술'이듯 창단 50주년을 맞는 창작극회의 모든 무대에는 인생이 있다.

 

창작극회가 50주년을 맞아 준비하는 공연은 '그 여자의 소설', 1998년, 2002년 최대 관객을 동원한 앙코르 작품이다. (desk@jjan.kr)

 

13일 전주 경원동 창작소극장에서 형, 동생하는 끈끈한 사이에서 연출가, 극단 대표로 발전해온 류경호(49·전북연극협회 회장)씨와 홍석찬(45)씨를 만났다. 창작극회 50주년 기념 공연'그 여자의 소설'에서 각각 연출가,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 여자의 소설'은 1998년, 2002년 최대 관객들을 동원한 앙코르 작품. 일제 강점기에서 6·25 한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씨받이로 살아가는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이 풀어진다. 홍씨는 "소설로 쓰면 열 권도 넘게 쓸 그의 인생역정은 바로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의 이야기"라고 했고, 류씨는 "거대한 외부의 힘에 의해 휘둘리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그린 것"이라고도 했다. 작고한 엄인희씨가 쓴 작품으로 작은 댁(이혜지 역)이 큰 댁(김은혜 역)과 서로 미워하면서도 자매같은 사랑을 나누고, 오랜 시간 이별한 딸(이수화 역)과의 연대감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적인 페미니즘을 연상시킨다.

 

30대부터 50대까지 20년의 나이차를 웃도는 배우 이부열 이혜지 김은혜 강지수 이수화 정민영 박영준씨가 출연, 탄탄한 역사가 쌓아놓은 선·후배를 자랑한다. "배우들에게 잘 간섭하지 않는다"는 류씨는 "당시 30대 배우들이 이제는 40대 중진 배우들로 옮겨 앉았다"며 "젊은 배우들이 시대의 감정선을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무대를 통해 '한꺼풀' 벗고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창작극회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박동화 선생(1911~1978)의 이름을 빼놓고서는 그 역사를 이야기할 수가 없다. 그는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1961)'를 시작으로 '여운(1962)','우리들의 뒷모습(1967)', '망자석(1970)' 등 20여 편의 작품을 올리면서 전북 연극의 텃밭을 풍요롭게 했다. 전주시립극단 탄생은 그가 남긴 또다른 결실. 1997년 창작소극장의 화재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련이기도 했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창작극회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류씨는 "스스로도 어떻게 20년 넘게 이 세월을 버텼을까, 힘들어도 여기까지 잘 지키면서 왔구나 한다"고 했고, 홍씨는 "나도 모르게 떠밀려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열정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줄어간다는 데 고민이 깊다. 생활을 핑계로 다른 길을 궁리하는 배우들이 많아지면서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더블 캐스팅이라는 제도도 있으니 배우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죠. 학교에 연극 강사로도 나가고요. 하지만 이걸 인내할 줄 아는 배우들은 많지 않습니다."

 

연극인들이 연극만 고민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혹여 그러지 않더라도 이들의 '열전'은 계속돼야 한다. 멈추거나 고이면 더 이상 연극이 아니지 않는가.

 

창작극회는 매년 연말 동사무소에 기부금을 놓고 가는 이야기를 각색한 창작극'얼굴 없는 천사'도 준비하고 있다. 9월에는 나운규의'아리랑'을 대형 무대로 올릴 예정.

 

이들은 "어려운 현실이지만 50년의 역사가 주는 무게감, 지역 연극계의 맏형으로서 책임감이 크다"며 "전북 연극이 부활하는 그날까지 창작극회가 중심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 그 여자의 소설(원제 작은 할머니) = 15~30일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일 오후 4시) 전주 경원동 창작소극장. 문의 063) 282-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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