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호 (군산본부장)
"편한 사무직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치열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산업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군산과 군장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많은 기업들이 공장 가동과 함께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공장 가동이 벅차고 명색이 사장이라는 사람이 일할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게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의 한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사내 협력업체 30여개는 평균 1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현재 업체마다 10명 이상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인력이 없어 산업현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날마다 산업인력이 어디에 없는 지 찾아 보는 게 나의 일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부족한 인력을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 등 외국인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원룸 비용, 수당, 식대와 이들의 관리비용 등을 고려할 때 현지인을 고용할 때보다 50%정도 비용이 더 드는데도 이마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수가 적은 1명의 사무직 채용에는 수십명이 몰려 들지만 다소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현장의 산업기술 인력을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따기"라며 기업하기가 힘든 현실에 혀를 차기만 했다.
산업현장 인력을 구하기가 힘든 것은 임금이 낮은 데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고학력의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부모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사회풍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통계청의 지난 1/4분기 비경제활동 인구에 대한 분석만 보더라도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지 않는 젊은이가 무려 3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4년제 이상 대학졸업자가 200만명으로 추산됐다. 가히 '대학졸업=실업자'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다. 대학졸업자들 사이에 '그래도 먹물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내가 힘든 일을 할 수 있나' 하는 의식이 팽배해진 것 같다.
이에 '내 자녀가 그렇게 힘든 일을 할 바에야 아예 쉬는 게 낫지 않나'하는 부모들의 의식도 대학졸업 자녀들의 실업자 양산을 부추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방자치시대에 접어들어 자치단체장마다 기업을 유치, 일자리 창출을 하는 것을 최대 현안으로 꼽고 이를 통해 인구를 늘려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정작 마련된 일자리에 일할 사람이 없는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하려는 지방자치단체는 없다.
그저 'OO기업 유치, 00명 일자리 창출'이라는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기업체의 사장은 "일자리 창출요, 일자리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렵고 힘든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고 더욱 더 큰 문제는 현재 대안이 막막하다는 것입니다"라고 털어 놓았다.
일자리 창출만을 외쳐대고 창출된 일자리에 일할 사람이 없으면 그것은 의미가 없다.
기업체의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누며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하고 해소해야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겠는가.
/ 안봉호 (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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