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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익산시 환경미화원과 억대 연봉

엄철호 (익산본부장)

 

지난해 연말께 중앙의 한 신문에서 읽은 칼럼이 문득 생각난다. 그날의 칼럼은 한편에선 억대 연봉자가, 다른 한편에선 저임금 근로자가 급증하는 양극화 구조가 갈수록 심화되는 대한민국 현실을 지적하면서 소득 불균형 악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대응을 요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그 칼럼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연봉 10만달러 이상을 벌 수 있는 직업 6개를 소개한 미국 CNN 방송 보도를 인용하여 억대 연봉과 관련한 이러저런 얘기를 전해 눈과 귀를 솔깃케 했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소방대장, 항공관제사, 원자로 관리사, 시설물 보안책임자, 엘리베이터 정비사, 법정 속기사 등이 연봉 10만달러 직장인에 들어간다고 했다.

 

아울러 칼럼 필자는 이들 종사자들이 비록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을 만만히 보면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육 못지않게 그들은 어려운 직업훈련을 받고, 육체적으로도 무척 힘들고 위험하며 스트레스 또한 엄청나게 많아 연봉 10만달러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경력을 쌓고 치열한 승진경쟁을 뚫어야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미국에서도 그래서 연봉 10만달러를 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열심히 노력하고 땀흘려 최선을 다 한 자만이 그에 상응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수 있다는 충고 같다.

 

사실상 '억대 연봉'이란 모든 샐러리맨들의 꿈으로 불린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나 초년생 샐러리맨들에게 가장 큰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그들은 주저없이 구조조정 당하지 않고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대답은 그때까지다. 취업 소원을 이뤄 직장생활 몇년만 지나면 그들의 가장 큰 희망은 '연봉 1억원 이상 받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대부분 기업에서 임원급은 돼야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으니 '연봉 1억원'은 그야말로 모든 샐러리맨에게 있어 성공과 출세의 상징이다.

 

지난 2009년말 기준 국세청 통계를 보면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린 근로자가 19만7000여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억대 연봉자가 1999년 1만5000명에서 10년 새 12배 넘게 불어났다.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반면 연간 급여 1000만원 이하 근로자도 451만명이나 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억대 연봉은 좀처럼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생뚱맞게 연봉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으며 오래전에 읽은 칼럼까지 들먹이고 나선 이유가 뭘까.

 

요즘 익산에서 벌어지는 환경미화원과 익산시간의 마찰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많은 것을 생각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이원화된 청소행정의 효율화를 내세워 15개 읍·면지역 생활폐기물 수거업무에 대해 오는 7월부터 민간위탁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그러자 이들 읍·면지역 환경미화원 26명은 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익산시가 고용보장은 물론 기존의 평균임금 3900만원보다 약 500만원 많은 수당 증액, 현재 57세에서 60세로 정년연장 등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그들의 일부는 민주노총 가입 등을 통해 익산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을 뿐이다.

 

수당증액도, 정년연장도, 고용보장도 싫다며 오직 원래대로만을 요구하는 그들의 주장에 대해 대학과 취업이라는 이중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젊은 세대들은 물론 연봉 1000만원도 안되는 우리 주변의 451만명 근로자들은 지금 익산에서 벌어지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 지 그저 궁금하다.

 

/ 엄철호 (익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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