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 4m70 넘겠다"
"시합 전 번호표를 방에 놓고 온 거예요. 숙소로 다시 갔다가 몸도 제대로 못 풀고 시합장에 급히 갔죠."
지난 10일 여자 장대높이뛰기 한국 신기록을 세운 '원조 미녀새' 최윤희(25·SH공사)는 14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습하면서도 계속 옆으로 날아가니까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시합에 임했을 때는 컨디션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제 금성여중과 김제여고, 원광대를 졸업한 그는 이날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5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4m40을 넘으며 우승했다. '신(新) 미녀새' 임은지(22·구미시청)가 2009년 4월 세운 종전 한국 기록(4m35)을 2년 2개월 만에 깨뜨린 것이다. 최윤희의 개인 최고 기록은 지난해 6월 이 대회에서 세운 4m30. 그는 "대구와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기록 경신의 공을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47·우크라이나)를 지도했던 아르카디 시크비라(우크라이나) 대표팀 코치에 돌렸다.
"예전에는 공중 동작에서 몸의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지는 자세히 몰랐어요. (1년 6개월 전부터 아르카디 코치로부터) 기계체조를 배우면서 몸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혔어요."
우리나라에선 기계체조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고, 또 잘 몰라서 장대높이뛰기에서 활용을 안 하지만, 외국에선 이미 보편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
2000년 5월 김제 금성여중 2학년 때 한국 신기록(3m10)을 세운 뒤 2008년 10월(4m15)까지 무려 열여섯 차례나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최윤희는 2009년 3월 '대만 국제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한국 신기록(4m24)을 세운 임은지(당시 부산 연제구청)가 나타나면서 '미녀새' 자리를 내주는 듯했다. 최윤희는 "단시간에 기록이 올라와서 깜짝 놀라긴 했지만, 예전부터 그 선수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 선수는 기복이 심했지만, 저는 기복이 없이 꾸준히 기록이 올라왔고, 요번 시합 때도 발전했다"고 밝혔다.
올 현재 아시아 여자 장대높이뛰기 랭킹 1위인 최윤희는 "지금은 한국에 있는 라이벌보다 아시아 쪽을 바라보고 있다"며 "예전엔 높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높다고 생각 안 한다"며 아시아 기록(4m64) 보유자 중국의 가오슈잉을 겨냥했다.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그는 김제시청 공무원인 아버지 최길용 씨(55)와 어머니 김희례 씨(54)가 사는 고향에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한다." 4녀 중 둘째로서 부모님이 늘 그립지만, 주말에 먼 거리를 갔다 오면 피곤해서다.
2009년 원광대(체육교육학과) 졸업 후 SH공사에 입단한 최윤희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선 금메달을 서울특별시에 안겼다. 지금은 원광대 일반대학원 체육학과(3학기)에 다니는 그는 "전북에도 익산시청 등 실업팀이 있지만, 지원은 (타 시·도보다) 부족하다. 고향에선 (으레) 고향을 위해 뛸 거라고 생각해서 덜 챙기는 것 같다"며 "기회가 되면 내후년엔 전북에서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말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서 큰 대회가 열리는 만큼 4m70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선수 생활 후엔 체육 교사나 지도자로서 저보다 좋은 선수들을 기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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