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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거리에서] 전주천을 걷다

아침이면 전주천을 걷는다. 롯데아파트 쪽 화산으로 올라가 예수병원 쪽으로 내려온다. 화산은 정말 좋은 산이다. 한사람 두 사람, 사람들이 걸어 다녀서 만들어진 길들이 작은 골짜기로 이리저리 많이 나 있다. 진달래가 피고, 산수유가 피고, 산 벚꽃이 피고, 이팝나무 꽃, 층층나무 꽃, 때죽나무 꽃이 피었다가 지고 아카시아가 머리가 띵하게 향기를 뿜어대며 피었다가 진다. 요즘은 나무를 타고 오르던 마삭줄기가 흰 꽃을 피웠다. 이제 밤꽃이 피고지면 자귀나무 꽃들이 필 것이다. 벚꽃이 피면 그 산에 온통 벚나무 뿐인 것 같고, 아카시아 꽃이 피면 그 산에 온통 아키시아 나무만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꽃을 따라 화산 정상으로 난 흙길을 걷는다. 나는 도토리 골로 내려와 남문 시장 쪽으로 걷는다. 억새풀들이 벌써 키가 넘게 자랐다. 망초 꽃이 희게 피어난다. 여기 저기 놓여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다닌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많은 물고기들이 징검다리 사이 물살을 타고 올라간다. 피라미 떼들이 제일 많다. 피라미 떼들 중에 수컷인 불거지가 많아서 놀랐다. 불거지는 지느러미와 몸이 붉은 색을 띄는데, 자갈밭에서 놀 때는 어찌 힘이 있게 물살을 가르며 놀더니, 물 밖으로 튀어 나올 때도 있다. 해지기 전이나 해 넘어갈 때는 작은 고기들이 물을 차고 뛰어 오른다. 물을 차고 뛰어오른 고기들이 물에 떨어지며 일으키는 동그란 물결이 마음 가장자리에 닿은 것만 같다. 오늘 아침에는 불거지 떼와 돌고기 떼들 사이에 커다란 모래무지가 있어 놀랐다. 모래무지도 짝짓기 때가 되었는지 수염과 몸이 노란 색으로 환하게 달아올랐다. 철새인 오리가 가지 않고 텃새가 되어 산다. 암컷이 느리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을 보니, 어디다가 부화를 해 놓은 모양이다. 조금 이른 새벽에 나가면 물새며 박새며 딱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귄다. 그러나 도시의 하천에 사는 고기를 마음 놓고 먹을 수는 없다. 전통문화센타까지 걸어 다리가 아파서 집으로 올 때 택시를 탔다. 나를 알아 본 그 기사 양반이 전주 천을 보며 말한다. "물질과 문명이 발달하면 삶의 질이 좋아질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전주 천에서 나는 고기를 맘 놓고 먹어야 한다. 조금 가난하게 살아도 강에서 고기를 잡아먹던 시절이 좋았다." 말씀도 잘하신다. 물질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시대적 비판이다.

 

/ 김용택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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