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문화재 관리가 불안하다. 국내 유일한 어진(왕의 초상화)박물관의 유물이 습기로 인해 훼손위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고도 '예향 전북''예향 전주'라 할 수 있는지 심정이 언짢다. 전주는 조선왕조의 본향이라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에 어진박물관이 들어선 건 지난해 11월이었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의 건물면적 1,194㎡의 목조건물로 건립됐다. 지상 1층 어진실에는 보물 제931호인 태조 어진과 함께 세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순종 등 여섯 임금의 어진이 전시돼 있다.
지하 1층에는 어진을 옮겨 모시는데 사용한 가마를 볼 수 있는 가마실, 태조어진 봉안행렬을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한 반차도(班次圖)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경기전 역사 이야기를 담은 역사실에서는 '경기전의''일월오봉도'의 모사본과 경기전 제례에 사용돼 왔던 그릇을 현장에서 보게 된다.
그러나 이들 소중한 유물들이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높은 습도에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게 문제다. 지하실에 마련된 이런 전시공간에 제습기조차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이동희 관장은 "냉·난방기를 비롯한 순환장치가 있지만, 갈수록 습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당초 물웅덩이였던 건물터를 감안해야 했다는 것이다. 개관 7개월여 만에 나오는 일이다.
더군다나 어진박물관은 지난 3월 전북도로부터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된 시설물이다. 현행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는 법적 등록요건 가운데 온·습도 조절장치가 구비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이나 회화, 옷, 목재 등 습도에 예민한 유물들은 습도관리가 문화재 보존의 관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특정습도 이상에서는 습기를 머금고, 그 이하가 되면 습기를 배출하도록 제작된 '조습 패널(調濕 panel)'의 건축자재 등을 갖춰 습도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이유에서다.
어진박물관은 태조 어진과 조선왕조의 역사를 보존하는 점 등에서 이른바 풍패지향(豊沛之鄕) 전주의 상징인 경기전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귀중하게 다뤄야 할 유물들을 습기와 곰팡이로 망칠 순 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서야 되겠는가. 부실하거나 잘못된 곳은 늦기 전에 손을 대야 한다.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할 책임이 우리 세대에게 있다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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