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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 "한국 뮤지컬 10년만 지나면…"

"지금은 한국 뮤지컬이 중구난방으로 보이긴 하죠. 오히려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봐요. 앞으로 10년, 길면 20년만 지나면 자리를 잡을 겁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44)이 이번엔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벗어나 연출가로 나선다.

 

그를 지난 18일 청담동 카페에서 만나 다음 달 개막하는 록뮤지컬 '렌트'로 4번째 연출에 도전하는 소감과 국내 뮤지컬 공연의 전망 등을 들어봤다.

 

지난해 방송 출연을 마친 뒤 '본업'으로 컴백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어느 한 순간도 뮤지컬을 떠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할 때는 특유의 단호함과 유쾌함이 뒤섞인 '박칼린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작품에 대한 애착이 없으면 아예 하질 않죠. '렌트'에는 2002년부터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는데 연출로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담아내고 싶어요."

 

'렌트'는 요절한 천재 작곡가 조너선 라슨이 1996년 남긴 자전적 뮤지컬로 에이즈와 마약, 동성애라는 파격적 소재가 등장한다. 국내에는 2000년 상륙한 뒤 꾸준히 무대에 올라왔다.

 

박칼린은 '렌트' 연출을 맡아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아예 초연이 나을 수도 있는데….(웃음) 사실 제일 큰 부담이 되죠. 이번 '렌트'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1990년대 뉴욕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당시 에이즈가 돌면서 미국 전체가 큰 혼돈에 빠졌거든요. 누구는 '렌트'가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이라고도 하고, 사랑 이야기라고도 하는데 저는 저만의 스토리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뮤지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음악감독으로 활동해온 그는 연출가로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퀴즈쇼'를 선보였으며 지난해 '아이다'에서는 협력 연출로 나섰다. '아이다'를 빼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뮤지컬로 꼽힌다.

 

"작품이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면 좋은 일이겠지만 연출가로서 우선시하는 고민은 결코 아니에요. 오로지 작품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거기에 충실히 임하는 거죠."

 

배우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렌트' 출연진에게도 "대본부터 완벽하게 공부해오라"고 주문한다고 한다.

 

"뮤지컬은 결국 캐릭터 싸움이거든요. 제가 워낙 대본부터 파고드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대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공부하라고 주문하죠. 배우들이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특히 조승우, 옥주현, 정선아 등 숱한 뮤지컬 스타를 길러내 '칼린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승우는 오는 11월 개막하는 뮤지컬 '조로'에 출연하게 된 계기로 "10여년 전 박칼린 선생님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해주신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기억은 잘 안지만….(웃음)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인데요. 승우 캐릭터가 워낙 정의롭고 그런 면이 있거든요. 배우의 음성과 음역대, 몸매의 흐름 같은 걸 보고 (어울릴만한 배역을) 판단하는 거죠. 그냥 보면서 느낌으로 알게 되는 게 있어요."

 

그런 그가 오는 11월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넥스투 투 노멀(Next to Normal)'의 첫 한국 공연에서 주연을 맡아 배우로 무대에 선다. 음악감독일 때는 '마녀'로 불리기도 한다는 그가 지난 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로서 일부 장면을 시연할 때는 떨리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떨렸죠. 제가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공연을 망치면 안되잖아요.(웃음) 제가 처음에 배우로 출발하기도 했고 '넥스트 투 노멀'은 원작을 보면 40대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작품일 거에요."

 

뮤지컬 음악감독 '1세대'로 꼽히는 박칼린은 국내 뮤지컬 공연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브로드웨이에선 큰 흐름이 없어요. 록뮤지컬 했다가 고전이 일제히 올라오기도 하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온갖 다양한 게 다 올라오고 있죠. 중구난방이에요. 하지만 거쳐야할 과정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10년, 길게는 20년만 지나면 자리를 잡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제작 회의에 들어갔다. 내년엔 다시 뮤지컬 '시카고' 음악감독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평소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영화 보러가고 여행도 떠나요. 그러면 풀려서 돌아와요. 별거 없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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