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옥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인류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발달해왔다.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혁신은 바로 도시에서 사람과 사람 간에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배우는 학습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다. 도시가 바로 지식의 창출과 확산의 중심지인 것이다. 그런데 도시의 이러한 기능의 배후에는 대학의 역할이 자리 잡고 있다.
인도의 방갈로르를 비롯한 세계의 최근 성장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대학의 인재육성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이들 도시는 개인 간에 아이디어들이 원활하게 흐르고 수많은 혁신적 중소기업들과 인재들이 모여드는 곳들이다. 반면에 미국과 유럽에서 한때 성장하는 도시였지만, 대학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다양한 지식과 정보의 순환이 개인 간에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폐쇄적인 산업도시들은 지난 반세기동안 인구가 급감하였다.
전북지역은 지난 40여 년 동안 인구가 급감하였다. 전북인구는 1970년에 240만 가까이 되었으나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현재 190만이 채 못 된다. 전북은 대규모 산업도시가 발달하지도 않아서 산업화시대에 낙후되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시대에는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장차 그 희망은 새만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 공장에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창의적인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에 있다. 새만금개발계획을 추진한다해도 전북지역에 창의적인 인재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새만금계획은 결국은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지식정보화시대에 대학이 다음의 세 가지 역할을 한다면 도시발전과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첫째, 대학은 창의적인 교육과 연구 및 훈련과 재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해야한다. 산업화시대와 달리 지식정보사회에서 창의적인 인재육성은 도시발전의 핵심이다. 창의적인 인재가 있어야 혁신도 일어나고 새로운 기업도 모인다.
둘째, 대학은 도시와 지역에서 지식과 정보가 원활하게 흐르게 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지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이 기업 및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을 통하여 산·학·연·관을 연결시키는 중심에 있을 때 도시에서 아이디어와 지식이 공기 흐르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다. 대학은 또한 세계적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외국대학과의 학생교류, 외국학생의 유치, 졸업생의 해외취업, 교수들과 대학원생의 국제교류 등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가 대학을 통하여 생성되고 확산되어 대학이 세계적인 지식네트워크의 교차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대학의 지식네트워크는 바로 지역의 기업과 다양한 경제주체에 확산되어 도시와 지역의 창의성을 더욱 높이게 된다.
셋째, 대학이 지역에 적합한 차별화된 인재육성과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서 지역에 새로운 기업가를 출현하게 하는 묘상 역할을 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지역의 자원과 문화 및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융합하고 기업화하여 지역특성에 맞는 수많은 창의적인 중소기업을 탄생시키면 도시는 활기가 넘치게 된다.
흔히들 위와 같은 이야기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있는 곳이나 가능하지 지방은 불가능하다고 아예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변화는 긍정적인 사고에서 출발한다. 전북은 종합대학이 다섯이나 있고 전주는 예로부터 교육문화도시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산업화시대에 교육문화도시는 빛을 받지 못했지만, 지식정보사회에서 교육문화도시는 가장 혁신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대학이 어떻게 차별화하여 발전하느냐에 따라 전북의 미래가 달려있다.
전북의 희망은 바로 차별화된 창의적인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에 있다. 이제 긍정적인 자세로 그 희망을 가꿀 때이다.
* 박삼옥 교수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The University of Georgia)에서 경제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 우수학자(국가석학)로 선정됐으며,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장과 대한지리학회·한국지역학회·태평양지역학회(PRSCO)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과 산업클러스터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 박삼옥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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