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강원도에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온 적이 있었다. 사람이 죽고 논과 밭이 유실되고 도로가 절단되었다. 산에서 물과 흙더미와 나무가 거꾸로 내달아 내려오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때 어느 마을의 한 노인이 도로가 잘린 곳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저기 허물어진 도로가 옛날에 물길이었어."
우리들은 지금 흐르는 물길을 막고 돌려 그 곳에 집을 짓고 도로를 내고 생태공원을 만들고 있다. 바다를 메워 집을 짓고 횟집을 짓는다. 바닷가나 계곡에 가보면 정말 전문가가 아닌 우리들이 보아도 위태로운 곳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나라 수도인 서울, 그것도 강남에 쏟아진 '물 폭탄'이 만들어낸 물난리를 보면서 우린 또 기가 질린다. '무섭다'를 지나 전 국민이 공포감에 벌벌 떨었다. 비가 오면 서울이 왜 이리 물난리 지역이 되는가. 물이 갈 길을 다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빗물이 스며들 땅의 숨구멍을 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막아 버리니 빗물이 어디로 가겠는가. 이번 같은 사태는 비단 서울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마을들은 모두 산을 등지고 있거나 산이 없는 마을이라도 멀리 산을 등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뒷산 양지 바른 산에 조촐한 묘가 있고 그 산에 기댄 작은 마을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사람들이 살 곳과 죽은 후의 명당을 찾는 일이란 바로 물과 산과 바람과 햇빛을 잘 살피고 그들의 흐르고 머물 길을 거스르지 않고 잘 보살피는 일이었다. 나무 한그루 돌멩이 하나를 건들 때도 농부들은 손이 없는 날 날을 받았다. 자연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지자체가 공들여 예산을 투자를 하는 곳 중에 하나가 생태공원, 둘레길, 올레길, 마실길, 산책길 조성사업이다. 가만히 두면 그 곳에 자연이 만들어 놓은 생태 공원인데, 사람들이 몰린다 싶으면 멀쩡한 강과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파헤쳐 사라진 길을 생짜로 만들고 그 곳의 생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나무와 풀들을 심고 연못을 만들어 생태공원을 조성한다. 서울 우면산 산사태는 산 아래 집짓기와 생태공원조성사업의 원인이 컸다고 한다. 지구의 기후가 변했다. 지구에 가해지는 폭설, 폭우, 가뭄, 지진, 해일, 태풍 등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지 오래다.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대책은 역행 아니면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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