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발 세계 재정 위기극복을 위해 다시 경제 사령탑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 대통령은 10일 과천 정부청사로 휴가중이던 김황식 국무총리와 경제 각료들을 긴급 소집해 세계 재정 위기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일일이 점검하고 대책을 숙의했다.
지난 2009년 초 글로벌 금융 위기를 이겨내고자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첫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했던 때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여기에는 이번 세계 재정 위기가 우리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을 넘어 국내 물가와 소비, 고용 등 실물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실제 회의에서도 "재정 위기부터 실물 경제 위기로 확대되는 새로운 형태의 위기를 맞이하는 것 아니겠느냐",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온 것 아닌가" 등의 발언을 통해 심각한 위기 의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금융 분야에 한정한 위기가 아닌 '재정 위기'로 규정하고 '재정 건전성'을 사수하는 데 사활을 걸 것을 거듭 지시해 주목된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지 못할 경우 실물 경제까지 무너지면서 총체적 위기를 맞을것 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배어났다.
이 대통령이 재정 건전성 유지와 관련해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대목은 최근 정치권이 앞다퉈 내놓는 '포퓰리즘(인기영합) 정책'의 폐해였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그리스 재정 위기를 실례로 들며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판했다.
직접 예를 들지는 않았지만 여야에서 경쟁적으로 제시하는무상 보육, 무상 급식, 현실성 없는 등록금 인하 대책, 법을 무시한 저축은행 피해보상 등이 결국 재정 건전성을 해칠 주범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리스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듯 우리나라 역시 정치권이 포퓰리즘 경쟁만 벌인다면 언제든 곳간이 비는 파산 상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분야별로 포퓰리즘적 성격의 항목은 삭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수출 둔화와 일자리 감소 등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항목의 예산은 늘 것으로 보인다.
또 재정 건전성을 강조한 만큼 전체적으로 긴축 예산을 짜되, 실물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포퓰리즘적 항목에서 삭감한 예산을 서민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예산에 집중 투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예산 기조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은 복지 예산을 무조건 줄이라는 게 아니라 글로벌 재정 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예산 기조를 전체적으로 보완 수정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2009년 금융위기 때처럼 '일일점검 체제'로 환원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후 폐지된 비상경제대책회의 체제가 다시 부활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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