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상(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교육홍보부장 )
수능이 몇 과목이지?"
무심코 고3 부모인 지인에게 질문을 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고3아빠가 맞느냐는 표정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과목 수는 수험생마다 다르단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3대 조건이라고 한다. 아빠는 엄마의 정보력과 투자에 딴지 걸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면 수긍이 가는 점도 없지 않다. 그래도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너무 무관심하지 않나 싶어 대학입시관련 정보를 보려하니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것처럼 알 듯 모를 듯 애매하다.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수시, 정시, 입학사정관제….
주변의 수험생 부모들을 보면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 같은 생활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기 유학을 보내거나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좋다는 과외선생도 붙여보고 정말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밤 11시가 다 되어 축 처진 책가방을 매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아이의 야식을 챙기고 다시 과외나 독서실에 데려다 주고 잠시 잠을 청한 뒤 아침에 등교를 시키는 등 모든 일정을 자녀에게 맞춘다고 한다. 심지어 자녀가 잠을 자기 전까지 한 사람은 자녀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한집에 살아도 부부만의 시간을 가져본지가 언지인지 모른다는 얘기도 한다. 이럴 때 필자는 그저 묵묵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일류대학에 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고, 적어도 인(in) 서울은 해야 부모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 여긴다. 지금은 힘들다고, 왜 이렇게 몰아붙이냐며 불평을 하지만 나중에 성인이 되어 안정된 삶을 살면 부모에게 고맙다고 할 것이란다. 물론 자녀에게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도록 부모로써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 자체를 비난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부모들이 살아온 경험상 일류 대학은 물질적 풍요로움과 안정된 삶을 위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단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일까? 대학진학에 실패하거나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그 동안의 학교생활 자체가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적표를 보고 성적이 좋다 나쁘다 얘기하지 않은지 꽤 오래 되었다. 성적표가 오면 예의상 봉투를 뜯어 확인하지만, 아무런 말없이 아이들 방안에 가져다 놓으면 그만이다. 그 정도의 성적으로 우리 아이들처럼 당당한 녀석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사실 예전 내 학창시절의 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아들과 진로에 대한 대화의 기회가 있을 때 "서울을 갈지, 부산을 갈지 목적지가 정해져야 버스표를 살 수 있듯, 대학을 가려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하고 살면 이 세상이 진짜 재미있겠는지를 고민해라. 정말 가슴이 뛰는 일을 하며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주한다. 그나마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예민해졌는지 듣기 싫어하는 눈치라서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아이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며 너무 무관심했지 않았냐는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얼마 전 목표를 정했다는 아들의 선언이 있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라도 공부를 하겠다며 기숙사에 스스로 입소했다. 학교 기숙사 앞에서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녀석을 돌려세워 말없이 부자간에 포옹을 했다. 수능이 끝나면 아들들의 기타, 드럼반주에 맞추어 엄마, 아빠의 오카리나와 섹소폰 합주를 계획해 본다.
나도 고3 아빠로서 자격이 있을까?
/ 이정상(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교육홍보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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