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옥 (서울대학교 교수)
최근 들어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위험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홍수, 폭풍, 산사태, 가뭄 등과 같은 기후변화관련 수문기상재해발생빈도가 1990년대부터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금세기에 들어서 급증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기후변화관련 재해발생으로 인한 피해의 증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재해의 특성은 재해규모가 유례없이 크고, 홍수 가뭄뿐만 아니라 폭염, 폭설, 강풍,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관련한 재해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서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즉 과거 재해피해지역뿐만 아니라 재해 잠재취약지역에서도 대규모의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기후변화영향에 대비한 방재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7월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의 누적강수량이 534mm에 이르는 폭우와 8월 8일 자정부터 9일 사이에 정읍의 42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두 지역에 많은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초래하였다. 이제 자연재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큰 피해를 줄 수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폭우로 인한 재해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지역에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도시정비와 도시계획에서 재해방지대책이 시급한 과제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그동안 우리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아서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음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더 큰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시방재대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서 그 개선방향을 지적하면, 우선 도시계획 내 방재계획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토지이용과 기반시설 등 부문계획과 방재계획을 연계시켜야 한다. 한 예로 환경적인 측면의 녹지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도로에 있는 물이 녹지 등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물길을 만들어 폭우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 이제 기후변화관련 재해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관련 도시계획의 지침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함은 물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하천법」 등의 보안이 필요하다.
방재지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방재지구의 유형을 세분화하고 도시차원에서 다양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방재지구로 지정되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과 연계하여 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도시계획에서 방재에 관한 사항의 법적 위상을 높이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특성에 맞는 방재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도시계획과 국토계획에서 도시방재대책과 더불어 에너지를 절약하여 온실가스배출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기후변화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에너지 이용과 관련이 있다.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앞으로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는 기후변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바, 대체에너지의 개발에 힘씀과 함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도시계획 및 건축의 방안이 필요하다. 과거에 대도시 교외지역에서 단독주택건설이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이는 대규모 단독주택의 관리와 도시통근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각하면 기후변화에 적합한 방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도시공동체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전통적으로 이웃 간에 상부상조하는 생활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지역주민간의 공동체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부상조의 도시공동체기능이 필요하다. 도시공동체는 주거지역중심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이 서로 정보와 지식을 교류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으로도 중요하다. 새로운 지식과 혁신의 창출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도시공간에서 직접적으로 교류하여 암묵적 지식이 전달됨으로써 가능하다. 도시공동체형성을 통하여 재해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지식과 혁신을 창출할 수 있을 때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 박삼옥 (서울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