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보의 자존심' 김현섭(26·삼성전자)이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마감했다.
김현섭은 28일 대구 시내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남자 경보 20㎞에서 1시간 21분17초의 기록으로 6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 한국 육상의 '10-10(10개 종목 톱10 진입)' 목표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았던 김현섭은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먼저 10위권에 진입해 자신에게 주어진 1차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주변의 기대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김현섭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육상이 메달을 기대하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한국 경보의 역사를 새로 쓰며 성공 가도를 달린 김현섭은 세계 무대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한국 경보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선수로 평가받는다.
2004년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한국 경보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랐고, 2007년에는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20㎞ 경보에서 1시간20분대에 들어갔다.
2008년에는 한국 기록을 1시간19분대까지 단축했고 지난해와 올해도 연달아 한국 기록(1시간19분31초)을 경신하는 등 해가 갈수록 무르익은 기량을 선보여 주변의 기대가 컸다.
2005년에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챌린지 대회에서 8위에 올라 사상 처음으로 10위권에 올라섰고 그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에는 슬로바키아로 건너가 유럽육상연맹 대회에 참가, 경보의 본고장인 동유럽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당당히 경쟁력 있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김현섭은 올해 2월 미국 육상잡지 '트랙 & 필드'가 육상 각 종목 선수들의 지난해 기록을 비교한 세계 랭킹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3위에 뽑혔다.
덕택에 한국 육상은 당당히 경보에서 '톱10'은 물론 메달까지 노린다고 공언할수 있었다.
김현섭 자신도 "메달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지만 객관적인 실력 차이는 정직했다.
세계 기록(1시간16분43초) 보유자인 세르게이 모조로프 등이 불참했음에도 출발선에 선 선수 중에 올 시즌 기록에서 김현섭을 앞선 선수가 6명이나 있었다.
게다가 기대했던 조건도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여름 대구의 무더위 속에서 기록 대신 순위 경쟁으로 흘러간다면 객관적인 실력 차이를 뒤집고 역전을 노려볼 만하다는 것이 김현섭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가 시작한 순간 대구 시내의 온도는 섭씨 22도로 비교적 선선했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은 그런 환경에서 지치지 않고 중반 이후 빠른 레이스를 펼쳤다.
애초 1시간21~22분대에서 우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이날 우승을 차지한 발레리 보르친(러시아)은 1시간19분대의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김현섭은 결승선에 도착하자마자 탈진해 쓰러질 정도로 최선을 다해 걸었지만 아쉬운 6위로 경기를 마감하고 말았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봤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김현섭은 체력이 약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이날 경기에선 후반에도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여 순위를 끌어올렸다.
경보대표팀 이민호 코치는 "오늘 실력이 한국의 실력이다. 아직은 러시아와 중국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성적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코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 성과로 김현섭의 레이스 중반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려면 김현섭의 기록을 1시간18분대 중반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경보 50㎞ 훈련을 병행하면서 20㎞에 중점을 둘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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