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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내 일(my work)과 내일(tomorrow)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6만여 관중이 가득 메운 대구스타디움. '인간 총알' 우사인 볼트가 등장하는 순간, 갑작스런 정전으로 주위가 일시에 암흑천지로 변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 주말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하여 아찔한 상상에 빠졌다.

 

정전사고는 여러 원인이 맞물려 발생하지만, 누군가 관리소홀한 부분이 있어서 발생하게 된다. 정부와 기업들은 이와 같은 대규모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한다. 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이 활발하게 논의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였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멈추어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사고의 구조적인 원인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있다. 정전과 같은 안전의 문제는 사실 남의 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그야말로 내 일, 내 가족의 일로 생각하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해결해주겠지하는 생각보다는 바로 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전기안전공사는 국민 모두가 편리한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1974년 설립된 지식경제부 산하 전기안전 전문기관이다. 필자는 취임 후에 새로운 경영방침을 정하거나 트렌디한 문구를 만들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자고 했다. 이 시대에 가장 결핍되어 있는 것은 자기 직업에 대한 애정, 즉 주인의식이 아닌가 한다. 주인의식이 전제가 되어야 대국민 전기안전도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객의 정전사고나 전기설비 사고가 접수되었을 경우 내 가족, 내 부모, 내 형제자매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충실하고 꼼꼼하게 잘 처리해 줄 것이다. 기업을 살찌우고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그 기업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일과 직장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다. 일에 애정을 갖는 사람은 일의 성과가 좋고 그만큼 충성도가 높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러나 과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심리학자 스키너가 주장한 바와 같이 단순히 의식개혁 캠페인만으론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인의식은 세 가지 메커니즘에 따라 생겨나고 작용한다는 연구가 있다. 첫째는 소유 대상에 대한 통제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이다. 즉 조직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조직이 나의 것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유대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 대한 현재 상황, 앞으로의 비전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나 가치관을 투입하여 무엇인가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주인의식이 생겨나게 된다.

 

즉 주인의식은 소유 대상에 대한 영향력과 정보를 가지고, 의미있는 것의 생산이 가능할 때, 그리고 정당한 대우와 직장의 안정성이 주어질 때 가능하다는 말이다.

 

CEO로서의 역할은 바로 직원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고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오고 싶은 놀이터 같은 일터, 즐거운 업무환경을 조성하여 내 일(my work)을 챙기고 싶어지게 하는 신명나는 일자리를 만들어서, 직원들 스스로 조직 내에서의 행복한 미래(tomorrow)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길 희망해본다. 그래서 내 일(my work)을 잘하는 직원들이 점차 늘어나도록 해서 조직의 보다 밝은 내일(tomorrow)을 꿈꾸어본다.

 

/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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