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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학생글

▲자화상 - 안지수(전주근영고 2)

 

세상을 다 가진 거울 안에는

 

여느 때처럼 태풍이 불어

 

가만히 들여다보면

 

잔잔히 흐르는 존재의 설움

 

얇은 막 아래서 터지는 바람소리에

 

그 무엇도 넣을 수 없었던 설움은 텅 비어 있습니다.

 

단단한 무만을 하엽없이 두드리는 손가락을

 

서로 얽는 듯... 얽히는 듯...

 

그러나 결국 패잔병의 눈물처럼 떨구고

 

셀 수조차 없는 무수한 상념들은

 

 

꽃잎이 되어 붉게 바람을 일으킵니다.

 

오롯이 눈먼 이 거울 앞에서

 

나는 저 태풍을 이겨낼 만큼

 

강했던 가요

 

결국 갈라진 꽃잎처럼

 

오늘도 물러서는 나를 위하여

 

바람은 그저 조용히 부딪칩니다.

 

오늘도 바라만보는

 

못난 나를 위하여

 

● 도움말 -자신의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가진 여러 감정과 앞으로의 자신을 거울 속에 비춰보듯 청소년시기의 방황과 끊임없는 고민을 보여 주며 한 폭의 수채화가 그려진다.

 

 

▲일기장 운동장 - 김리정(전주근영여고 2)

 

 

하얀 벚꽃이 하나둘 피어나는

 

창문 밖

 

모래알 가득한 운동장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따스한 봄 햇살아래

 

운동장 동그라미 넓은 곳

 

어느 곳 하나 빠트리지 않고

 

꽃이 피었습니다.

 

산책 나온 아주머니들의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체육시간 친구들의

 

시끌벅적 응원소리가 들리는

 

저녁 늦게 집에가는 바둑이의

 

종종 거리는

 

가벼운 봄냄새 가득 베인

 

모래알 알알이

 

저마다의 소곤대는 하루가

 

운동장에 활짝 피었습니다.

 

● 도움말 - 교실 밖 보이는 봄날 운동장을 마치 커다란 백지인양 하루의 일상을 적어내려가듯 어느 봄날의 하루를 그림처럼 그려내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땀 배인 지폐 한 장 - 오하경(전주근영고 1)

 

 

"하경아, 여그 이걸로 니 맛난 거 사먹으라."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 하지만 내 손에 쥐어진 꼬깃한 지폐 한 장과 할머니의 땀내 배인 뒷모습은 이미 내 가슴에 달콤하게, 짜릿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는 조금은 별난 분이시다. 좋게 말하면 부지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볼 땐 거의 '짠순이'에 가까웠다. 새벽 5시면 나가서 저녁 7시가 넘어야 들어오시는 할머니는 매일같이 상자를 접으신다. 걱정스러운 엄마의 눈길에도, 그만 하시라는 아빠의 만류에도 묵묵히 할 일을 다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저 '고집불통'으로 다가왔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어 본 지도 오래되어 섭섭한 마음마저 들기 시작했다. 한번 섭섭한 감정이 자리하니 어느 새 닫혀가는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항상 들여다 보던 할머니 방을 외면하는 일이 잦아졌고, 할머니의 안부를 묻던 입은 자물쇠를 채운 듯 굳게 닫혀 버렸다. "다녀왔습니다." 여느 때처럼 학교에서 돌아와 내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할머니의 방 문 사이로 미세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어둠으로 가득차 있어야할 할머니 방에 불이 켜 있는 것을 보니 의아스런 생각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문 틈을 살짝 엿보니, 돌아앉은 할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하나, 둘, 서이...." 할머니는 지폐를 세고 계셨다. '또, 돈 이구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문을 닫으려는 순간, 할머니의 속삭임이 들렸다. "요건... 하경이 줘야할 것이고.. 요건 아범 것이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마음의 떨림이 손잡이까지 전해질까 두려워 얼른 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하지만 자꾸만 머릿속에 할머니의 모습과 속삭임이 쉽게 잊쳐지지 않고 잔존하였다. 동시에 그동안 나의 행동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내가 할머니를 오해한 것과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일을 나가지 않으셨다. 당혹감과 부끄러움이 지나 간 후에 내손에 꾸깃한 지폐가 들려있었다. 지폐의 주름과 때가 할머니의 거친 손과 이마의 주름과 교차되며...

 

● 도움말 - 동전이 생길 때마다 옷장 밑에 밀어 넣으시고 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그 동전으로 커다란 사탕한봉지를 주시곤 하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의 조건없는 사랑을 쉽게 받지 못하고 창피해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가족애를 담긴 산문으로 마음 한켠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글이다. - 임진모(전주근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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