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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금요일] 완주 이서면 배 수확농가

이른 한가위…결실의 손길 바빠졌다

농가에서 수확한 배를 선별장으로 옮기고 있다. (desk@jjan.kr)

추석이 오는 12일로 예년 보다 10여일 이상 빨라져 열흘을 남겨두고 있다.

 

이미 명절 대목은 시작돼 시장엔 제수용품이 넘치고, 유통가도 매출 극대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농민들은 올해엔 추석 특수를 제대로 누리기 힘든 상황이다.

 

농산물의 수확 적기 보다 추석이 일찍 다가오는 바람에 시장에 충분한 물량의 제품을 출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잦은 비에 따른 일조량의 부족도 제수용품, 특히 과일의 숙성을 늦추고 있다.

 

이래저래 어려움이 있어도 추석은 추석. 제수용품중 대표적인 과일인 배의 수확 현장을 찾았다.

 

"농사는 꼭 부모의 마음과 같애. 애써 키운 농산물이 잘 자라면, 인성 바르게 커서 성공한 자식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야. 농사 안지으면 그마음 모르지."

 

배 농사만 30년이 넘는 완주과수배영농조합법인 이정원 조합장(56)은 올해 수확량에 고민이 많다.

 

완주군 이서면 상개리 6000여평에서 500여그루의 배나무를 키우고 있는 그는 추석이 예년 보다 10여일 이상 당겨져 수확량이 예년 추석 전 보다 30%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여름에 비가 내린 날이 많아 발육을 못해 배의 크기도'잘다'.

 

15㎏ 한 상자 기준으로 15~20개가 '큰 것', 21~25개가 '중간', 26~30개가 '작은 것'인데 올해 '큰 것'은 구경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도 다행히 작황이 좋고 꾸준히 햇빛을 받아 당도는 괜찮은 것으로 측정되고 있다.

 

배나무에 열리는 배를 따서 시장에 출하하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는 배농사는 실제로 그렇게 만만치 않다.

 

2~3월 봄이 오기전에 계분과 친환경 '유박비료'등 밑거름을 줘야 한다. 유박비료는 콩·깻묵·과채류의 찌꺼기를 재료로 만들어 친환경적이며, 단가가 화학비료 보다 3~4배 비싸다. 이 때는 전지작업도 해야 한다.

 

5월부터는 수확 전까지 수시로 화학성분이 적은 복합비료로 취비를 하고, 착색·맛·당도를 좋게 하기 위해 영양제를'옆면 살포'한다. 올해는 유난히 잦은 비로 취비가 쓸려 내려가 취비 횟수가 많았고 옆면 살포 또한 더 자주 이뤄졌다. 당연히 인건비가 더 들었다.

 

6월에는 종이 착색 봉지를 씌운다. 착색 봉지는 한 개 씌우는 데 30~35원을 준다. 하루에 새벽 5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쉬지 않고 작업하면 하루 4000개를 씌운다.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이용 과수특작담당은 "배는 올해 완주지역 95농가가 90ha에서 신고·원황 품종을 재배하고 있으며, 배 작황은 봄철 저온으로 개화시기가 늦었지만 기상 호조로 착과율과 생육이 좋아져 평년과 비슷한 수준인 10a당 2700kg 가량 생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마다 수확 직전에 태풍이 한두번씩 지나가죠. 올해도 태풍이 온다고 하고…. 아직 병충해나 낙과 피해가 적은데 이번 태풍에도 낙과 피해가 없어야 할텐데…."

 

이 조합장은 이서 지역의 90여 조합원과 함께 태풍피해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1994년 5월 설립된 '완주과수배영농조합법인'은 지금까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과학적 영농경영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다시 찾는 우수한 품질의 배를 생산하고 있다. 색상과 당도가 좋아 이서지역은 국내 유명 배 특산지중 하나가 됐고 수출 물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서 배의 명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조합의 기술력으로 태풍이 배의 생육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농사는 농사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작황이 좋아 풍년이면 가격이 떨어지고 병충해·기상이변 등으로 흉년이면 가격이 올라간다.

 

올해는 작황이 나쁘지 않지만 추석 전에 많은 양을 출하하지 못해 대목을 못봤다. 추석 대목 물량은 적고 내달초까지 분주하게 수확해야 한다. 저온저장된 배가 나오는 내년 설 명절 보다 올 추석 배의 가격이 더 높을 듯 하지만 숙성된 제품이 적어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성숙 과실의 조기 수확은 품질이 떨어지므로 완주배 이미지 하락과 소비 부진을 막기 위해서라도 품질을 높여 적기에 출하하자고 조합원들은 다짐하고 있다. '적기 출하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고 농가 소득을 스스로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간호사가 된 딸(29)과 대기업에 입사한 아들(27)을 둔 이 조합장 부부는 "3~4년에 한번씩 잊지않고 빚어지는 가격폭락 사태가 가장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의 부인 최공님씨(54)는 "배농사 일이 힘들지만 내 땅이라도 있어서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밥먹고 살았다"면서 "정부에서 배 과수원 폐원 등의 정책을 통해 배 값이 원가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백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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