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에 지친
우리의 삶에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다
지난 11월초 절정을 이루었던 단풍잎이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늦가을저녁에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였다. 필자가 재직중인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주관한 이 음악회는 공사가 명일동에 본사 사옥을 이전한지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공사 인근 아파트 단지 사이의 조그마한 근린공원의 나무사이에 마련한 음악회 무대는 단풍나무로 인해 절정의 선홍색을 뽐내는 환상적인 가을 정취를 보여주었다. 300석 규모로 야외에 차려진 조촐한 무대였지만, 주변 경치와 분위기 있는 조명 그리고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7080 중견가수의 열창으로 행사는 점차 무르익었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서 마을 아이들이 교실 밖 뽕나무 위에까지 올라가 수업을 듣는 감동스러운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관객들은 당초 예상했던 300명을 훌쩍 넘어 입추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공연시간도 2시간에서 3시간을 넘어설 정도로 계속되는 앙코르로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가 이어졌다. 흥에 겨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음악회를 개최한 보람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음악회를 기획했을 때는 11월초의 야외무대라 날씨에 대한 걱정과 객석의 호응 등 우려스러운 것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음악회를 개최하고 1천여명에 가까운 관객이 보여준 저력을 통해 앞으로 이런 음악회는 아무리 많이 열려도, 열리면 열릴수록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가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이 자리를 통해 음악으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 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고 한 바 있다. 이번 음악회는 “빨리빨리”에 지친 우리의 삶에 권하는 한 잔의 생명수와도 같았던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다.
음악회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직 잎사귀를 품고 있는 나무 사이를 기분 좋게 지나가는 가을바람 속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러한 작은음악회가 1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일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는 1년 내내 ‘카르멘’과 같은 오페라 공연과 크고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인구가 불과 5천명밖에 안되는 곳이라 어떤 때는 마을사람의 절반 이상이 무대에 설 때도 있다. 그러니 얼마나 즐겁고 신바람이 날까 싶었다. 이런 것이 바로 문화의 저력이 아닐까 한다.
올해 처음 개최한 작은 음악회도 독일의 작은 마을과 같이 신바람나는 문화공간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우리 공사 또한 지역주민과 함께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공자는 “이인위미 택불처인 언득지(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라고 했다. “마을에 어진 풍속이 있는 것이 아름다우니 그런 마을을 택해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굡遮?뜻이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신바람나게 할 수 있다면, 요즘과 같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힘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지역주민과 함께 한 작은 음악회. 일상에서의 벗어남을 통해 희망을 얻어갈 수 있었던 늦가을의 운치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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