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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배려의 장, 도민 축제로 발전되길

 한택 前 전북육상연맹 전무이사·상비군 국가대표 코치

장거리 달리기는 인생이다.

 

인생은 홀로 가는 여정이지만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것처럼 역전경주는 어깨띠를 이어받으며 여럿히 하는게 꼭 인생을 닮았다.

 

역전 마라톤은 주자와 주자가 어깨띠를 건네받는 마라톤 릴레이다.

 

처음에는 길가를 따라서 역이 일정한 간격으로 위치해 있었는데, 주자들이 역과 역 사이를 달렸기 때문에 驛傳(역전)마라톤이라고 했다.

 

필자는 몇 년전 50여년의 전통을 가진 일본큐슈역전마라톤에 한국대표팀코치로 선수를 인솔하고 출전한 일이 있다.

 

큐슈 지역 14개 도시민의 생명의 숨결을 이어주고 화합과 축제의 잔치가 펼쳐지는 역전경주대회를 보면서 언제쯤 우리지역에도 이러한 대회를 정착시킬수 있을까 하고 부러움반 시기심 반 느낀게 벌써 오래전이다.

 

한참 시간이 흘러 24일 시작된 제23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에 참가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전북일보사 앞에서 출발총성을 기다리며 준비운동을 하는 첫주자들을 보고 있노라니 묘한 감동도 밀려든다.

 

“아, 벌써 23세살의 청년이 되어버린 전북역전 마라톤.”

 

출발 총성과 함께 첫 주자 어깨에 매어진 띠는 새롭고 끈끈한 생명력을 탄생시키는 마라톤 역사를 만들어 가는것이다.

 

첫주자가 지닌 에너지와 역경, 그리고 내뿜는 땀의 결실이 다음주자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책임감이 이어지는 듯 하다.

 

어깨띠를 매고 달리는 주자들의 땀방울과 동료 팀원들의 응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설레였던 내 마음은 한 구간이 지나면서 왠지 초초해지고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달리는 도로변에는 결실이 끝난 평야지대의 썰렁함이 느껴졌다.

 

텅빈 길가를 외로이 달리는 우리선수들을 보면서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마을이나 시내를 지나갈 때 더 많은 시민들이 길가에 나와서 달리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같이 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어떨까?

 

학교 부근을 지날 때 수업에 지장이 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같이 나와서 열심히 달리는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나눔과 배려의 산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쨋든 전북의 심장도로인 번영로를 따라 김제평야를 가로질러 숨가쁘게 달린 주자들이 무사히 군산시청앞에 도착했다.

 

군산시팀이 1위로 골인했고, 14개 시군팀 선수들이 차례로 결승테이프를 통과했다.

 

군산시에 들어오면서 내마음은 조금 위안이 됐다.

 

초등학교 어린학생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박수를 치면서 목청높여 열광하며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바로 이것이다.”

 

지역을 지날때마다, 사람사는 곳이라면 이제는 달리는 주자들과 함께 길가로 나와서 마라톤의 열기와 에너지로 살아가는데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전북역전마라톤대회가 도민의 축제로 발전됐으면 한다.

 

1박2일 전주-군산, 남원-전주로 끝나는것 보다는 3박4일 정도로, 각 지역 축제가 열리는 기간을 이용해 도내 전 시군을 순회하면서 역전경기를 진행하면 어떨까.

 

지역민의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역전마라톤대회를 통해 도민의 사기앙양과 우리지역 융성의 계기로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

 

여러 사람이 같이 힘을 내 달리면서 서로 하나가 되는 게 역전 마라톤의 매력이다.

 

달리면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호남벌 전북에서 지금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이틀째 경기도 기대된다.

 

춘향골 남원에서 출발해서 천년고도 전주성에 입성하는 전북역전 마라톤 주자들 모두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아끼자 말자

 

응원과 박수의 소리가, 잠자고 있는 전북의 심장을 깨어서 살아있는 전북, 웅비하는 전북을 만드는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

 

예전엔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달리기 시작하는 것을,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을 언제라도, 언제까지고 기다려주는 벗들이 있었다. 역전경주는 그런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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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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