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연주자 조상훈의 길‘쇠와 놀다’, 내일 소리전당
다섯살 되던 해 할아버지 환갑 잔치에서 사물놀이를 보고 홀딱 빠졌다. 밥상에만 앉으면 숟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는 버릇은 그때부터 생겼다. 군산 동중학교에 진학한 것도 순전히 농악부 때문. 열다섯살 때 ‘부포놀음의 대가"라 할 수 있는 나금추 명인 공연을 보면서 “선녀가 춤추는 것 같다”고 되뇌였다. 그 길로 교장 선생님에게 나금추 명인을 풍물 강사로 초빙해달라는 편지를 썼다. 첫 스승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18년 전 타악연주단‘동남풍’을 창단한 조상훈(42)씨가 처음부터 쇠잽이(좌도농악에서 꽹과리 치는 사람)였던 것은 아니었다. 우두머리 장구잽이를 하다가 성에 차지 않자 꽹과리를 들었다. 꽹과리는 사물놀이 악기 가운데 크기는 제일 작으면서도 소리는 두드러진 악기. 이를 잡는 상쇠는 풍물놀이나 사물놀이에서 연주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지휘자 역할을 맡는다.
“꽹과리 소리 자체는 시끄럽고 자극적이잖아요. 소리 울림만으로도 귀가 아픈데, 연주를 하다 보면 내가 그 소리 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부드럽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독주회나 다름 없는 ‘조상훈의 길 - 쇠와 놀다’는 꽹과리 가락으로 활활 타오르는 절정의 순간을 담은 신명의 무대. 시끄러운 듯 하지만 경쾌한 가락의 동해안 별신굿‘청객’으로 문을 열고, 다채롭고 화려한 호남우도풍물가락과 쇠가락이 화려한 경기·충청풍물가락, 꿋꿋하고 경쾌한 영남풍물가락 등을 엮은 ‘삼도풍물가락’으로 문을 닫는다. 나긋나긋한 쇳가락도 일품이지만, 천부적인 율동미가 넘쳐나는 부포놀이를 선보일 ‘판 & 부포놀음’ 은 화려한 볼거리를 선물할 듯. 오롯한 쇠가락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독백’과 피리·징·건반 등 연주자와의 교감으로 즉흥 가락을 풀어낼 ‘길에 서다’도 이어진다.
무대만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몰입해버리는 그를 보면 연주가 곧 보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위한 굿이나 마찬가지”라는 이번 무대에서는 어떤 환희의 순간을 보여줄까.
△ 타악연주 동남풍, 조상훈의 길‘쇠와 놀다’= 10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문의 010-3303-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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