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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해 전에 털고 가야할 것들

이 승 용 한국경제TV 경영지원국장

 

우리의 반쪽 북한땅을 통치해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그의 죽음이 세계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르지만 미디어들이 온통 난리법석이다. 미디어들은 장남이 아닌 김정은이 조문객을 맞이했다는 건 생경해서 그렇지만 뒤쪽에 서있는 여인이 누구라는 둥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내용까지도 시시콜콜하게 떠들어댄다. 'D-도스 사태' 등 다른 뉴스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듯 다 빼버리고… 마치 굶주린 사냥개가 먹잇감을 찾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례적인 것은 김정일 사후 북한 통치권력이 또 아들한테 넘어간단다. 김일성이 김정일한테 세습했듯 3대째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것도 이제 27세에 불과한 청년한테로…고려 왕조시대도 아니고 21세기에 가당키나 한 짓인가? 북한이 그토록 노래해온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란게 이런 것인지, 또 줄기차게 주창해온 프로레타리아혁명은 '김일성 王朝'로 귀결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같은 일이 다른 나라라면 상관없지만 우리의 반쪽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착잡하기만 하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가장 영향력 있는 두 나라인 G2, 즉 미국과 중국조차 이를 용인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북한의 이 같은 권력세습을 반기는 모습이다. 북한권력의 약점을 커버해주는 대신 영구히 자신의 영향하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민주주의의 화신을 자처하는 미국은 왜 가만히 있는가? 힐러리 국무장관은 한반도의 안정이 중요하다고만 할 뿐 다른 얘기는 없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한반도를 동아시아 거점으로 확보하는데만 혈안 돼있을 뿐 한민족의 미래나 운명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는 반증이다.

 

김일성 가문이 북한에서 권력 세습하듯 우리사회도 권력에 대한 쟁취욕은 마찬가지인 듯 싶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하고자 온갖 만행을 저지른다. 최근 모당 인사들이 억대의 돈을 써가며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이른바 'D도스 사태'는 우리 정치사회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일개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고 공무원이 정부조직을 그토록 서슴없이 공격한 것인지 혀를 내두를 일이다. 그들은 국민이 무섭지도 않단 말인가.

 

권력유지를 위해 저지른 만행은 또 있다. 자신들의 색깔을 대변하는 보수신문에 온갖 특혜를 갖는 방송인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했다. 이들은 종편채널이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의무전송채널로 선정함으로써 케이블에서 공영방송보다 더 우월한 지위를 부여했다. 더욱이 종편채널 허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모 인사는 5대 그룹 홍보책임자를 모아놓고 종편에 광고집행을 역설했다고까지 하니 할말 다했다.

 

교수사회는 올해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했다. 이는 도둑이 종소리가 나서 모두들 종을 훔쳐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자기의 귀만을 막고 태연히 도둑질을 했다는 뜻이다. 자기부류만 생각하는 우리사회 권력자들을 이처럼 잘 표현한 문구가 있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내년은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임진년 '흑룡의 해'이다. 흑룡의 상서로운 기운에 힘입어 진정한 시민의 권력이 회복되는 세상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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