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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기사

특종과 낙종

엄철호…익산본부장

 
  기자사회에서 흔히 쓰는 말이 있다.

 ‘아끼다 X됐다',

   특종을 잡고서도 타이밍을 놓쳐 결과적으로 낙종을 할 때, 또는 너무 뜸을 들이거나 민감한 사안이어서 확인 과정에 신중을 기하다가 결국 보도 시점을 놓친 경우에 이런 푸념의 넋두리를 종종 내뱉는다.

 사실 물먹이고 물먹고하는 것이 기자의 생리이기는 하지만 기자들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낙종’이다.

 경쟁 기자의 특종 기사는 늘상 ‘쓰디 쓴’ 자책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어떤 기자가 특종기사를 썼을 때 이를 다루진 못한 낙종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수명이 몇년간 단축되는 듯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특종과 낙종 사이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기자들의 심적 부담감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를 쉽게 엿볼수 있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최근 기사 한 건을 낙종했다.

 주변에서는 특종도 아니고, 낙종도 아니다고 말할수 있겠지만 스스로의 평가에서는 분명 낙종이다.

 기자들이 자주 쓰는 시체말로 ‘아끼다 X’된 낙종기사는 다름아닌 지난 4일 발표된 승진 내정자 등 익산시 정기인사와 관련된 이런저런 뒷담화다.

 사실 이번 인사는 종전 그 어느 때보다 대규모 승진이 예견되면서 일찌기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왔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기자는 공직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인사향방 등을 예측해보고자 최고 인사권자인 시장을 만날때 마다 대화 내용을 중심으로 인사 관련 기사를 올렸다.

 나름대로의 기자 직감과 판단에서 인사 기사를 내심 비중있게 다루다보니 청사 안팎에서 떠도는 갖가지 인사 관련 소문을 덤으로 주워 담는 어부지리도 거뒀다.

 취재과정에서 듣게 된 소문은 몇몇의 인물(?)들이 전형적인 인사브로커들의 능력 과시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는것인데 자신의 활약 여하에따라 승진이 좌지우지될수 있는냥 거드름을 피우고 이에 현혹된 일부가 애걸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속칭 바람잡이가 승진 후보자들에게 접근해 동변상련 심정으로 함께 걱정하는척 하다가 그 누구를 찾아가 애원해보면 마치 해결될수도 있는것 처럼 은근슬쩍 권유하고, 일부 공무원은 곧바로 그 누구 찾기에 나서 인사청탁에 나서고 있는 등 웃지못할 코메디가 실제 연출되고 있다는게 소문의 핵심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황당스런 얘기가 아닐수 없다.

 특히나 그 누구로 하여금 부당한 인사청탁이 들어오면 오히려 그 청탁자에게 불이익을 안기는 시장의 인사스타일을 수년간 지켜 본 기자에게 있어 이같은 소문은 일고의 가치도 없기에 그냥 묵살됐다.

 무슨 말(소문)이 돈다면 이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 그런 것일 테니 잘 취재해보라는 뜻에서 기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충고 가운데 하나인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 잘 파봐’라는 얘기가 뒤늦게 생각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취재에 나섰다.

 절박한 심정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고 나선 순진한 공무원들이 교묘한 꾀임에 빠져 헛고생을 하지 않도록 좀 더  일찍 확인하고, 더 깊게 파고 들어 경종을 울리지 못한 후회감이 밀려왔다.

 시기를 놓친 보도는 특종이 아니라 분명 낙종이다고 스스로에게 채찍만 가 해 질 뿐이다.

 하지만 이번주(11일~12일)에 대규모 전보인사가 예정돼 있어 아직 특종 기회는 남아 있다.

 인사를 앞둔 공직자들의 절박함과 초조함을 악용한 브로커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고, 이에 부하뇌동하는 일부 공무원들이 아직까지 이런 해괴망측한 소문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상당수 특종 기사들의 취재 단서는 떠도는 말, 즉 소문에서 시작된다.

 소문을 잘 다루는 기자가 특종을 터뜨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꼭 입증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 누군가가 특종 기사의 중심 인물로 부디 거론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드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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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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