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되고, 독도 되고…' 한의사 금오 김홍경 선생이 지난 날 TV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자주 언급한 말입니다. 이 말은 'A라는 사람에게는 좋았던 약이 B라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한다'라는 뜻입니다.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건강기능식품이 누구에게는 득이 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TV와 신문, 인터넷 등 여러 매체에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와 정보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TV에서 어떤 식품이 어디에 좋다고 하면 유행처럼 사먹게 되며 품귀현상을 빚기도 합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부족해 건강에 대한 주관이 없어 언론매체에서 쏟아지는 정보에 휘둘리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건강보조식품 중에 최고의 인기는 '홍삼'입니다. 인삼을 구증구포(아홉 번 찌고 말림)해서 얻게 되는 홍삼은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장점을 내세워 남녀노소, 증상을 막론하고 복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삼 역시 누구에게는 약(藥)이 되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독(毒)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면역력강화, 질병예방이란 명목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홍삼을 많이 먹고 있습니다.
한편, 대부분의 다른 건기식에도 한약재가 많이 첨가되어 있는데, 사람에게 각자의 개성이 있듯이 한약재에도 각각 고유의 약성이 있습니다. 약재에 따라 '차갑고, 뜨겁고, 따스하고, 서늘한(寒熱溫凉)' 성격과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酸苦甘辛鹹)' 이 다섯 가지 맛을 각각 가지고 있어서 그에 따른 효능이 달라집니다. 또한 약성에 따라 크게 보(補)약, 사(瀉)약, 열(熱)약, 한(寒)약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완만한 약성을 가져 큰 부작용이 없는 약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한약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약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한의학에서 병리와 치법의 대강은 '사기성즉실(邪氣盛則實)', '정기탈즉허(精氣奪則虛)'와 '실즉사지(實則瀉之)', '허즉보지(虛則補之)'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도 증상에 따라, 어떤 사람은 사법(瀉法)을 써서 사해주는 약을 적절히 구성해서 처방해야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보법(補法)을 써서 보해주는 약으로 처방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식품으로 복용하는 한약재는 이러한 원리는 고려하지 않고 '어디 아프면 뭐가 좋다'는 식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한약재 유통에 대한 법적인 제도가 부실하다는 점입니다. 많은 한약재가 식품과 의약품으로 같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 189종의 한약재가 식품 또는 의약품으로 같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같은 한약재인데 어떤 것은 철저한 검사를 거쳐 의약품으로 유통되고, 어떤 것은 검사나 품질에 대한 증명도 거치지 않은 채 식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몸 상태에 대한 정확한 변증(辨證) 없이도 '뭐에는 뭐가 좋다더라'하고 쉽게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관계당국이 관여할 문제라서 국민입장에서는 차지하더라도 제도 보완이 절실합니다.
일단 한약재가 들어간 건강기능식품이나 상품을 복용할 때는 먼저 가까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요양병원 등의 한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건강은 몸에 좋다는 것을 많이 먹어서 지켜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에 맞는 식생활, 생활습관, 운동으로 지켜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전 현 두 (효사랑가족요양병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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