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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데일 패러독스

▲ 이 강 만

한화그룹 상무

젊은이들아, 지나친 이상에만 집착하지 말고 당장 무슨 일이라도 시작해라

 

"3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면….."

 

아이들이 마땅히 부를 노래가 적었던 1970년대 초에는 3월이 되면 시도 때도 없이 삼일절 노래를 불렀었는데 요즘은 기념행사에 직접 참여하거나 기념식을 TV로 시청하지 않고서는 듣기가 쉽지 않다. 코흘리개 어릴 적, 의미도 잘 깨치지 못하고 불렀던 이 노래가 나이를 점점 먹어 가면서는 가만히 읊조리기만 해도 가슴이 아리다.

 

나라를 빼앗기고 언제 되찾을지 기약도 없는데다 탄압은 갈수록 심해져서 산 소망도 끊어져 가던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서 맨주먹으로 일제에 저항했을까를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면서 동시에 우리가 그러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자문을 하게 된다.

 

나라를 빼앗긴 상황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젊은이들도 많은 어려움과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지방에 갈수록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대학에 진학하여 어렵게 공부하고서도 제대로 취직이 되지 않아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대졸 미취업자들 이야기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힌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온 사회가 나서서 총체적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도 뾰족한 수가 없는 문제인 만큼 어느 날 단박에 해결할 묘안이 있을 리도 없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는가? 결국 매듭을 푸는 것은 당사자의 의지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개인의 노력만으로 장애 요인이나 사회부조리,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남 탓으로 돌려버려서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며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과 친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갔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이야기는 그래서 시사적이고 또한 감동적이다. 그는 남의 나라 일본땅에 무허가로 양철지붕을 올리고 판자를 둘러친 집에 태어나서 어릴 적부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를 당하며 어렵게 자랐다. 그러나 주위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지 않았다. 지금은 사원 2만 여명을 거느린 거대기업을 일궜지만 그가 처음 창업할 때는 단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앞에 두고 귤 상자 위에 올라가 '30년 뒤에 1조, 2조엔의 매상을 올리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소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대단한 열정과 신념이 아닌가?

 

짐콜린스의 'Good to Great'이라는 책에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이 나온다. 월남전쟁이 한창일 때 8년간 포로로 수용소에 갇혀 갖은 고문을 당했지만 결국은 살아 돌아온 스톡데일 장군에게서 다소 의외의 얘기를 듣게 된다. 수용소에 갇혔던 사람들 중 결국 살아 남지 못하고 맨 먼저 죽은 사람들은 낙관론자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얼마 뒤면 풀려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으로 일관하다 결국 상심으로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안이한 현실인식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서서히 자신들의 소망을 죽여가고 있었던 셈이다.

 

이 역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스톡데일 장군은 우리에게 '결국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가지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는 사실들을 직시하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스톡데일 패러독스다.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결국에는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굳건히 하는 이중성 말이다. 그 출발점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눈높이를 낮춰서 시작하는 것이다.

 

아직도 지나친 이상에만 집착하는 젊은이들에게 3월 1일 오늘은 '3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며 당장 무슨 일이든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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