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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매력 생각 정신?…"우린 '네 가지' 없는 여자"

서른 동갑 내기 연극 배우 4명 극단 '자루' 결성…"젊은 감각으로 다루고파"

▲ 극단 '사람세상'이 올린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에서 열연한 정해선(배우) 오지윤(음향) 민혜진(조명)씨(남자배우를 제외한 왼쪽부터). 사진엔 없으나 하영(무대 디자인)씨도 함께 했다.
▲ '네 가지' 있는, 그러나 없기도 한 극단 '자루'의 주인공. ▶ 왼쪽부터 정해선 오지윤 민혜진씨.

요즘 '네 가지' 없는 남자들이 잘 나간다. 인기 없고, 촌스럽고, 키 작고, 뚱뚱한, 속칭 '루저'(loser)들. 이들에게 열광에 가까운 환호가 쏟아지는 건 왜 일까. '네 가지'가 없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자신감 때문이다. 여기 '네 가지'가 없는 여자들이 있다. 서른살 동갑 내기의 민혜진 오지윤 정해선 하 영씨.

 

지난해 12월 군산의 극단 '사람세상'이 올린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로 뭉친 뒤 올해부터 극단'자루'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자루'는 뭐든 잘 받아들이는, "유도리가 있는" 주머니가 되자는 뜻에서 착안된 이름.

 

"(그 안에서) 뭐가 나올 지 모르잖아요."라고 이야기하며 까르르 웃는 이들에겐 '네 가지'가 없다. "혜진이는 매력은 있는데 정신이 없고, 해선이는 매력은 있는데 생각이 없다. 지윤이는 의욕은 있는데 매력이 없고, 하영이는 매력은 있는데 싸가지(?)가 없다."

 

세상에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단점이 더이상 약점이 아닌, 서로 웃으며 '쿨'하게 넘기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은 해선·지윤·하영씨가 이리여고 동기동창이라서가 아니다. 해선·지윤씨는 익산의 극단'작은 소동'에서 20대를 함께 보내며 잔뼈가 굵은 배우들로 성장하고 있었고, 원광대 연극 동아리 출신인 혜진씨가 기웃거리다 들어간 곳이 극단'작은 소동'이었다. 이렇게 만난 이들은 "사고 한 번 제대로 쳐보자"는 심정으로 '자루'를 결성했다. "20~30대 청춘들의 방황과 고민을 젊은 감각으로 각색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깔려 있다.

 

'연극하면 전북, 전북하면 연극'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전북은 연극에 있어 탄탄한 뿌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10년도 넘게 전북 연극판에서 젊은 연극인들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연극배우로는 '밥벌이'가 안 돼 다른 지역으로, 또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는 와중에 "우리 땐 그보다 더 힘들었어!"라고 내뱉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이 힘겨울 법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고민을 무겁게 짐지고 있진 않다. 특유의 유쾌함과 발랄함으로 더 열심히 방황해보겠다는 각오. 어찌보면 동분서주하느라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말도 맞겠다.

 

해선·지윤·혜선씨는 낮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강사(연극)로, 하영씨는 회사원으로 착실하게 살아가다가, 무대만 오면 각각 배우로, 극작가로, 무대 디자이너로 꾹꾹 눌러온 끼를 발산한다.

 

두 가지 직업을 오가는 '투잡족'(族) 4인방의 선택을 적극 응원해주는 고마운 이들도 있다. 극단'작은 소동'의 이도현 대표는 아르케소극장을 '자루'의 무대로 쓸 수 있게 배려했다. 덕분에 해선씨는 "이르면 8~9월 창작극'영웅제작소'으로 창단 공연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작품엔 청소년 폭력·왕따 등 사회문제를 통해 또 다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더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혜진씨는 "서울 대학로에서나 볼 법한 다큐멘터리 연극 등 지역에서 거의 다뤄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변화다운 변화'가 어려웠던 전북 연극판을 접수한 '자루'의 도전장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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