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립극단, 브레히트 '사천의 선인' 번안한 '사천의 착한 여자' 시연
27일 오전 10시30분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 첫 공개 발표회. "신(神·김영주 안세형 전춘근 역)만이 가난한 사람들을 구원한다"고 철썩같이 믿는 물장수 왕씨(안대원 역)는 몸 파는 일을 하면서도 착하디 착한 선덕(홍자연 역)과 신과의 매개자다. 신들은 자신들을 하룻밤 재워준 선덕에게 앞으로도 착하게 살라며 종잣돈을 주고 승천한다. "오래오래 착하게 살기란 어렵다"는 말과 함께.
그 돈으로 담배가게를 차린 선덕은 그를 귀찮게 하는 '인간 거머리'들로 인해 가게가 문 닫을 위기에 처한다. 순이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사촌오빠 태수로 변장해 대리인을 자청하는 것. 우연히 사랑에 빠진 양순(고조영 역) 역시 자신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안 순덕은 세상에 복수라도 하듯 돈을 벌기 시작한다.
연출은 등장인물을 통해, 노래를 통해 "착하게만 산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다고 해서 냉소는 아니다. 어릴 때부터 숱하게 들어온 "착하게 살라"와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라"는 역할을 동시에 요구받는 사회에서 어떻게 사는 게 과연 행복한 일인 지 계속해서 묻는 방식. 여기서 1인 2역을 한 선덕은 선인과 악인을 오가며 끊임없이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관객이 극에 몰입해 현실 비판의식까지 놓지 않도록 하는 브레히트 이론에 충실한 연출이지만, 작품이 던진 화두를 관객들이 사유해도록 하는 연극적 장치에 대한 조율은 필요해 보인다. 2시간이 넘는 되는 공연이 지루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긴장감 있게 다가서기 위한 배려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 전주시립극단, 제93회 정기공연'사천의 착한 여자'= 31일 오후 3·7시 4월1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문의 063)273-1044. art.jeonju.go.kr 일반석 1만5000원, 청소년 1만원, 가족권 3만원, 연인권 2만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