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이 되고 마는 정치적 야심의 인생무상…삼국유사 '매몽설화' 삼국통일에 희생된 자매의 시선으로 재해석
2012년 대한민국은 정치적 격변기다. 총선에 이어 대선 전초전이 남은 상황에서 여·야의 정치적 자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아직 남았다. 극단 명태가 '2012 전북 연극제'에 내놓은 '꿈 속의 꿈'(장성희 작·최경성 연출)은 이 같은 정치적 야망으로 상처받은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최경성씨는 "삼국유사 '매몽설화'를 바탕으로 재조명했다"며 "신라 삼국 통일의 주역인 김춘추와 김유신의 정치적 야심에 희생된 자매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욕망의 사다리가 뒤바뀐 계기는 단순했다. 동생 문희(양상아 역)가 경주 서악에 올라 눈 오줌에 서라벌 전체가 잠기는 언니 보희(서형화 역)의 꿈을 사면서다. 그 뒤 오빠 김유신(장제혁 역)은 '축국'(동양의 고대 축구)을 하다 김춘추(김종진 역)의 옷을 찢는다. 유신은 이를 수선해 주겠다며 문희를 시켜 옷깃을 달아주게 한다. 이를 계기로 춘추와 문희는 정을 통한다. 문희는 백제를 멸망시킨 태종 무열왕의 아내이자 삼국통일의 대업을 달성한 문무왕의 어머니로 온갖 영광을 누리게 된다. 작품은 유신과 춘추의 연합이 정략결혼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희와 문희의 엇갈린 운명 속에서 누구의 선택도 행복하진 않다. 낭만적 선택을 한 보희는 인질 신세가 돼 해외를 전전하는 자식에 대한 걱정 등으로 지독한 고독을 맛보게 되고, 현실적 선택을 한 문희는 옛사랑에 대한 죄책감, 애정 없는 부부생활에 대한 회의 등으로 고민에 휩싸인다.
자매는 그렇게 오빠와 남편이 벌인 정치적 욕망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 그러나 정치적 야심은 곧 늪이 돼 버리고 마는 인생무상의 비의가 느껴지는 작품. 상대적으로 담백한 의상과 무대는 관객들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요구될 것 같다.
명태는 앞으로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전주 콩나물국밥 할머니를 소재로 한 '욕쟁이 할머니'를 전주 한옥마을 상설 공연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5월 중순부터는 부산 대구 구미 순천 등 명태와 연극적 색깔이 비슷한 극단의 작품을 올리는 릴레이 공연도 이어갈 계획. '전주에 오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극장 뮤지컬도 준비 중이다.
△ 극단 명태'꿈속의 꿈' = 18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문의 017-652-6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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