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채소 심고 잡초 무성·시설 파손 '폐가' 방불…市는 예산타령만
보물 제 583호 전주 풍패지관인 객사가 흉가로 변해가고 있지만 이를 관리해야 하는 전주시는 예산타령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오후 1시 전주시 중앙동에 위치한 객사. 말끔하게 정리된 앞모습과는 다르게 객사 뒤편의 풍경은 폐가를 연상케 했다.
뒤뜰에는 잡풀이 무성했고 기와와 벤치, 야간 조명등은 손상된 채 방치돼 있었다. 특히 서편 담에 식재된 소나무는 바로 옆 건물 에어컨 실외기에서 내뿜는 열기로 나무 밑 부분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뒤뜰 곳곳에는 인근 주민들이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추와 가지 등 농작물도 눈에 띄었고 객사 건물 마루 아래 공간에는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주시는 예산 등의 문제를 들어 이를 수개월째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전주시에 있는 64개 문화재 관리에 편성된 예산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며 "2~3개월에 한 번 인력을 동원해 잡초 제거를 하고 있지만 문화재 구역 내에 있는 다른 시설까지 유지·보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공근로인력 활용 △문화재 청소 시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점수부여 등 특별히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문화재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객사 주변의 안전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 이후 소방시설 강화, CCTV설치, 감시 인력배치 등 보호조치가 강화됐지만 객사 인근에서 가스통을 사용하는 노점상들이 성업을 하는 등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문화재지킴이가 24시간 상주하고 있는데도 술 취한 한 시민이 풍패지관 부속건물을 훼손하는 사건도 발생했었다.
이에 대해 한 문화재 연구 전문가는 "자치단체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숭례문 화재에서도 봤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라며 "관리 소홀을 예산 문제로 돌리려 하지만 평소 문화재에 대한 주변 조사 등을 통해 관리·보존 매뉴얼을 제대로 만든 자치단체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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